트럼프 취임하면 금리 동결…파월 "물가 상방 압력"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4-12-19 08:12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적은 2차례만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멈춰선데다, 내년 물가 상승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당초 3차례의 금리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이날 연준(Fed) 성명서와 매파적인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피 폭락했고, 달러화 가치는 2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현지시간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8.45포인트, 2.95% 내린 5,872.16으로 6천선을 내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716.37포인트, 3.56% 급락한 1만 9,392.69로 밀려났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하루 1,123.03포인트, 2.58% 폭락해 4만 2,326.87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날까지 10일 연속 하락해 1974년 이후 최악의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3.1bp(1bp=0.01%) 뛴 4.516%로 올라섰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108.07로 1.04% 상승했다. 시장의 불안정이 확산하면서 공포지수로 알려진 Cboe 변동성지수(VIX)는 28.09포인트로 하루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연준(Fed)의 이날 성명서는 시장이 기대하던 항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지난 11월 성명서와 대체로 유사했지만, 향후 금리인하에 보다 신중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4.25~4.50% 범위로 조정했다. 이로써 올해들어 연준은 총 1%포인트, 약 100bp의 기준금리를 내려 지난 2년간의 고금리 행진을 마감하게 됐다.

그러나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올해 초부터 노동 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되었고, 실업률은 상승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낮다”고 평가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목표치 2%를 향해 진전을 이뤘으나 여전히 다소 높다”며"연방기금 금리 추가 조정의 범위와 시기를 고려하겠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이번 금리 결정에 참여한 12명의 위원 가운데 베스 해맥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반대표를 던지는 등 이탈표가 나온 점도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줬다.



매 3개월 마다 연준이 성명서와 함께 공개하는 경제전망예측(SEP)도 상당히 매파적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19명의 위원들 가운데 10명이 내년 3.75~4.00%의 기준금리 범위를 지지했다. 이는 약 3.9%의 중간값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는 월가의 최근 보수적인 평가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팀은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당초 4번의 금리 인하 전망을 1월을 뺀 3번의 금리 인하로 전망을 수정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팀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제프리스 등 주요 기관들이 모두 3.6% 수준을 내년 말 금리로 전망했으나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또한 연준은 이번 경제전망요약에서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모두 상향 조정했다. 내년 GDP 성장률 전망은 지난 9월 2.0%에서 2.1%로 올랐고, 반대로 실업률은 0.1%포인트 낮은 4.3%로 예상했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해말 2.8%, 내년말 2.5%로 조정했는데, 이는 기존의 내년 물가지수 전망치 2.1%를 웃도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전망 상향과 금리 인하 폭 축소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디스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진전이 있었지만 예상하던 것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웠다”며 금리 인하에 앞서 “진정한 진전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가 9월보다 높아졌다”며 최근 물가는 12개월 기준으로 횡보하고 있다고까지 평가했다. 그는 “미국 경제는 지금 굉장히 견실하다”며 고용 여건 등을 감안해 추가 인하 필요성이 낮아졌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영향에 대해서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파월 의장은 2018년 두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평가를 했으나 “관세 영향을 지금 다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무역이 줄어들고 다른 나라와의 교역이 늘었을 경우 경제 영향을 알 수 없다”며 “신중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금리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는 이번 성명서와 기자회견 이후 내년 기준금리는 한 차례 인하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해당 집계에서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1월부터 3월까지 동결, 이후 5월 들어 한 차례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미 연준(Fed)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일주일 뒤인 1월 27일과 28일 2025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이날 연준의 매파적 성명서는 반등을 시도하던 엔비디아 주가를 1.14% 끌어내렸고, 애플(-2.14%), 마이크로소프트(-3.76%), 알파벳(-3.59%), 아마존(-4.6%), 메타(-3.59%) 등 주요 기술주와 주요 금융, 제조업 모두 끌어내렸다.

미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은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은 선방했으나, 2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오후 5시 45분 현재 시간 외 거래에서 13% 넘게 하락 중이다.

마이크론은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에 대한 수요 부진에 2분기 매출 전망은 77억~81억 달러, 주당순이익은 1.33~1.53달러로 낮춰 제시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매출액 89.7억 달러. 주당순이익 1.97달러를 크게 밑도는 기록이다. 마이크론은 고대역폭메모리 등 데이터센터 매출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어섰으나, 모바일 사업부가 재고 감소로 인해 19% 연속 하락해 타격을 입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소비자 중심 시장은 단기적으로 약하다”면서도 “회계연도 하반기에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해명했다.

월가에서 트럼프 취임의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테슬라도 이날 연준(Fed)의 성명서 발표 직후 하락으로 돌아서 8.28% 내렸다. 이날 전 업종이 하락했는데, 필수소비재 항목이 4.41%로 낙폭이 가장 컸고, 부동산업종은 4%, 기초 소재, 금융, 기술, 커뮤니케이션, 유틸리티 등은 2~3%씩 내렸다.

전반적 시장 심리가 약화됐으나, 이달들어 임원 총격 사망과 트럼프 당선인의 약국혜택관리 사업자 제재 방침에 연일 급락했던 유나이티드헬스(2.85%)가 사흘 만에 반등했고, CVS헬스(2.82%), 시그나(6.33%) 등 관련 기업들만 상승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