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채권자 집회 열린다…"문제는 그 이후" [취재현장]

입력 2024-12-16 15:29
수정 2024-12-16 16:45

롯데그룹이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퍼지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핵심 계열사 롯데케미칼이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채권자 집회가 이번주 열린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사채권자 집회가 뭡니까?


사채권자 집회는 일정 금액 이상 사채권자의 동의를 통해 특정 사채의 조건을 일괄 변경하는 상법상 절차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집회가 열리는 이유가 곧 롯데그룹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원인이기도 합니다.

최근 롯데케미칼은 재무 특약을 위반해 총 2조5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EOD란 쉽게 말해서 사채권자가 만기 이전에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인데요.

롯데케미칼은 물론 그룹 전체가 이걸 갚을 능력이 없고, 곧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죠.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문제가 됐던 재무 특약 조정과 관련해 논의합니다.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붙은 재무 약정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최근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5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지난 9월 기준 4.3배에 그치면서 문제가 됐죠.



석유화학 업황이 크게 악화한 영향인데요. 2021년까지만 해도 매년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서 총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롯데 측은 재무 특약을 조정하기 위해,

그룹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는 초강수를 뒀는데요.

은행이 롯데케미칼 회사채에 신용 보증을 서서 신용도를 보강하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이렇게 무보증 회사채가 은행 보증채가 되면 약정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게 됩니다.

롯데는 사채권자에게 특약 조항을 유예, 완화하는 데서 나아가 삭제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업계에서는 사채권자 다수가 동의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롯데그룹 전반에 미치는 미칠 리스크는 확실히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받쳐줘야 해결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네, 이렇게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신용도 하향 압력을 막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 등급전망은 '부정적'입니다.

부정적인 전망 대로 등급이 떨어질 경우에 그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되면서,

롯데그룹 통합신용도가 하락하는 등 연쇄적인 파장이 있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신용등급이 높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향된다면 계열통합신용도가 적용되는 롯데지주 등의 신용등급도 하향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자금 조달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조달 비용이 늘고 조달 창구를 구하기도 쉽지 않죠.

이렇게 자금난에 빠지게 되면 또 다시 신용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롯데렌탈 매각을 시작으로 자산 유동화에 나선 모양새인데요.

석유화학을 집중 육성하던 사업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아시는 것처럼 본래 롯데의 주력은 유통입니다.

다만 2016년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를 3조원에 인수하고, 석유화학을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했죠.

신동빈 회장이 1990년 일본에서 넘어와 처음 경영 수업을 받은 곳이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입니다.

그만큼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2021년에는 그룹 전체 매출에서 화학군이 차지하는 비중이 32.6%로 유통군(27.7%)을 넘어섰는데요.

지금은 중국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학군에 밀려 있었지만 그룹의 한 축을 큰 기복없이 맡았던 유통군은 다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번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화학군 최고경영자(CEO) 13명 중 10명이 옷을 벗었지만 유통이나 식품군 CEO는 유임됐죠.

롯데 측은 "유통과 식품 사업군은 성장이 유망한 해외 신시장 개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 베트남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었고,

올해 동남아시아 공략을 위한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 롯데칠성, 롯데웰푸드 등 식품군도 해외 유통망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김정은, CG: 차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