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 주식시장의 개장식 타종 행사에 등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행사에서 첫 임기 당시와 같은 법인세 완화와 인공지능 주도권을 위한 정책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트럼프의 등장에도 이날 뉴욕증시는 전날 신고가 랠리에 따른 부담을 소화하며 일제히 하락했다.
현지시간 1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94포인트, 0.54% 하락한 6,051.25를 기록했다. 전날 사상 첫 2만선을 돌파했던 나스닥 종합지수는 132.05포인트, 0.66% 내린 19,902.84로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234.44포인트, 0.53% 밀린 43,914.12로 거래를 마쳤다.
주요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가 1.4% 이상 하락하는 등 반도체주가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고, 소프트웨어 대기업인 어도비는 실망스러운 연간 가이던스 공개 이후 13.69% 급락했다. 전날 신고가를 썼던 알파벳, 테슬라 등도 1%가량 내렸다. 시장 전반의 약세가 이어졌지만 세계 최대기업 애플은 전날 챗GPT와 통합 서비스를 출시한 뒤 0.6% 상승을 기록했다.
미국의 도매 물가는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근원 물가에서 고질적인 서비스물가는 진정을 보였으나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재가속에 대한 불안을 덮지는 못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는 6.5bp(1bp=0.01%) 오른 4.336%까지 뛰었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인덱스는 0.28% 뛴 107.01까지 치솟았다. 달러로 자금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매도 압력이 커진 국제 금 가격은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1.85% 내린 트로이 온스당 2,705.60달러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증권거래소(NYSE) 타종 행사에서 "감히 누구도 본 적없는 경제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어떤 나라에도 없는 엄청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면서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세금을 큰 폭으로 낮춰주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뒤 기념 행사로 이날 뉴욕증시 개장 행사에 섰다. JD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트럼프, 자녀인 이방카, 티파티 등이 함께 타종 연단에 섰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등 유력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도 1층에서 타종 행사를 함께 했다. 트럼프는 연단에 선 뒤 'USA'를 외치는 군중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타종 행사 이후 CNBC 등과의 인터뷰에서 "법인세를 21%로 낮췄고, 이를 더 낮출 계획"이라면서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21%를 유지하지만 미국에서 만들겠다면 15%까지 낮추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AI 분야에서 앞서 나가겠다"면서 산업 전반에 필요한 전력을 감안할 때 현재 두 배 이상의 전력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비트코인을 국가적인 비축 또는 전략적 준비금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중국 등 다른 나라가 앞서가도록 두지 않겠다"며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경제와 군사적인 착취를 허용하지 않겠다"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뜻도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타종 행사에서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고 싶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며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기술기업 창업자들과 만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 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맞춰 100만 달러를 기부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말 트럼프의 별장인 플로리아 마러라고에서 주요 참모들과 회동하는 등 2020년 대선 이후 관계가 악화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추이는 다른 대형 기술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
현지시간 12일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가 마러라고를 찾을 예정이고, 다음 주는 제프 베이조스가 트럼프와 만날 예정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 딜북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이전보다 차분하고,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규제 완화 등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차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현장의 참가자들은 환호했지만 이날 시장 흐름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미 노동통계국이 이날 오전 공개한 1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보였고, 전날 급등에 따른 기술주들의 차익 실현이 크게 이뤄졌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4%로 다우존스 등이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 0.2%를 웃돌았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종전 0.2%에서 0.3%로 상향 조정됐다. 연간 상승폭은 3.0%로 예상치 2.6%를 0.4%포인트 상회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생산잔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2%로 예상에 부합했다. 또한 10월 상승폭인 0.3%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12개월간 3.4% 상승해 지난 10월 상향 조정치와 동일했다.
생산자물가기 이처럼 높게 나타난 것은 고질적이던 서비스 물가는 하락한 반면 조류 독감과 계절적인 수요 증가로 인해 도매 상품 물가가 뛰었기 때문이다. 도매 상품은 한 달간 0.7%로 10월 0.1%를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식품 물가가 3.1%, 특히 달걀 가격이 54.6% 폭등했다. 반면 서비스 물가는 0.2%로 오히려 10월보다 낮아졌다. 포트폴리오 관리수수료가 0.6% 내렸고. 운송(-2.1%), 호텔(-3.1%) 서비스 물가는 내렸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저널의 집계결과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를 반영한 1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대폭 하향 조정됐다. PCE 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정책에 앞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 월가 주요 10개 기관의 컨센서스는 11월 PCE가 전월대비 0.15%, 근원 PCE 물가는 0.13%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 PCE 물가의 1년간 움직임은 2.8%로 연준이 목표로 하고 있는 2%대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런 전망에 따라 이날 이달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는 이어졌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에서 다음 주 18일 기준금리 0.25% 인하 확률은 95%를 유지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 등이 약국 혜택 관리자(PBM) 개혁 법안을 발의한 영향에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CVS헬스 등 보험주가 동반 하락했다. 미국은 보험사 아래 약국을 소유한 복합 기업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워런 의원 등은 이러한 구조를 깨고 별도의 회사로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을 법안에 담고 있다. 임원 총격 사망에 주가가 하락했던 유나이티드헬스는 부정적 법안이 추가되면서 이날 3.33%, CVS헬스가 4.21%, 시그나는 3.77% 밀렸다.
기술주 가운데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판매를 축소할 수 있다는 루머에 1.41% 내렸다. 엔비디아는 해당 루머는 근거가 없다며 중국에서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어닝시즌 막바지 약해졌던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는 이날 브로드컴이 되살렸다. 브로드컴은 장 마감 이후 공개한 2024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 매출 140억 5천만 달러, 조정주당순이익은 1.4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LSEG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인 140억 9천만 달러보다 낮지만, 순이익은 1.38달러인 전망을 웃도는 기록이다. 브로드컴은 2025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은 146억 달러로 컨센서스인 145.7억 달러 이상의 수치를 제시했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는 "현재 매우 큰 고객 3곳과 함께 AI 칩을 개발 중"이라면서 "2027년까지 이들 각각이 네트워크 클러스터에 100만 개의 AI 칩을 배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이퍼스케일러는 각자의 맞춤형 AI 가속기를 개발하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따"며 "향후 3년간 AI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로드컴은 이러한 발표에 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 현재 시간외에서 15.8% 급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