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무산된 두산, 비핵심자산 매각·협업 방안 찾는다 [취재현장]

입력 2024-12-12 15:02
수정 2024-12-12 15:40
'계엄 유탄' 맞은 두산

계엄 사태로 불똥이 가장 튄 기업이죠. 두산에너빌리티의 임시 주주총회가 오늘(1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무산됐습니다.

이에 두산그룹은 추진하던 사업재편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투자를 위해 두산밥캣과의 분할합병을 계획했으나, 계획을 중단하게 된 건데 산업부 강미선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강 기자, 먼저 이번 결정의 배경과 무산으로 투자 여력 확보를 어느 정도 놓친 건가요?


인수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는 약 1조2,000억원의 투자여력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실패로 돌아간 겁니다.

회사 측은 이 자금을 전부 원전 사업에 투입해 내년 상반기 체코 수주 준비에 충력을 기울일 계획이었는데 타격이 예상됩니다.

또 내년 체코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폴란드 등 대형 원전 10기 수주와 연 20기 규모의 소형모듈원전(SMR) 시설 투자에도 영향이 예상됩니다.

원전 투자 지연에 재무부담 문제도 계속 떠앉게 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매년 1,50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2만890원)이 현재 현실적으로 충족될 수 없고, 2대주주인 국민연금도 합병에 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재편 없이 어떻게 자금을 확보할 계획인가요?”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선 매년 최소 5,0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현재로서는 합병 없이 실행할수 있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두산밥캣 등 계열사간 글로벌 영업망 공유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골프장이나 두산타워 시설관리 기업인 두산큐벡스와 해외계열사인 D20캐피탈 지분을 ㈜두산 등에 매각하면 4,000억~5,000억원가량을 투자 재원으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동력 확보에는 한계라는 시장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또 대형원전 사업이 긴 만큼 지금부터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계엄 사태로 미지수에 빠진 점도 크고요.


두산그룹의 합병 재추진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되나요?”


현재 두산그룹은 합병 재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입니다. 성장 동력이 꺾인 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도 마찬가지이고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 서한을 통해 “추가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사업 재편 재개 결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

요하고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습니다.

당분간, 내년 초까지는 합병 재추진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입니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재추진 가능성이 매우 낮고 대내외 여건이 안정돼야 다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