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화재가 발생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3파이넥스 공장)에서 또 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복구 작업 후 재가동에 들어선지 5일 만에 벌어진 사고다.
화재 뿐 아니라 근로자 안전 관리도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의 사망사고와 산업재해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안전관리 예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고 자부했지만 사실상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포스코 주요 계열사에서도 산업재해가 이어지며 포스코 그룹의 안전 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 포스코, 최근 5년간 산재 204건 발생…18명 숨져
한국경제TV가 국회 정동영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포스코 그룹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포스코에서 204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사업장별로는 △포항제철소에서 145건 △광양제철소 58건 △글로벌R&D 센터 1건이었다. 포항제철소는 이번달에만 두 차례의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포스코의 산업재해는 증가 추세다(고용노동부의 산재확정일 기준). 2020년 29건, 2021년 45건,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46건, 57건이었다. 올해 6월까지도 27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이 중 18건은 사망사고였다. 지난해에만 포스코에서 7명이 숨졌는데, 이는 최근 5년래 가장 많은 수였다.
산업재해 사유별로 살펴보면 '업무상 질병'이 134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15명에 달했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는 2020년 11건에서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30건, 43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17건의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체육행사(10건), 끼임(9건), 넘어짐(9건), 부딪힘(7건), 맞음(7건), 이상온도물체접촉(7건) 등도 확인됐다.
▲ 포스코퓨처엠·모빌리티 계열사 중 산재 잦아
계열사 중에서는 2차전지 관련 기업인 포스코퓨처엠과 모빌리티 기업인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산업재해가 잦았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포스코퓨처엠에서는 46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 중 4건은 사망사고였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6건에서 2022년과 2023년 각각 14건, 13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8건의 산재가 확인됐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5년간 16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해 발생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올해 연이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근로자 안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7월 용접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화상으로 숨졌고, 10월에는 지게차에 부딪힌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이은 화재·산재…"안전 방향타 실종"
늘어나는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를 둘러싸고 포스코 그룹의 안전 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특성상 산업재해는 발생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산재가 늘어나는 추세라서다. 철강 업황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산재 빈도는 더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포스코 제철소 화재가 포스코 안전 정책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0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열흘간 가동을 멈췄다.
문제는 2주 만에 같은 장소에서 화재가 또 다시 발생했다는 점이다. 24일 밤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화재는 두시간여의 진화 작업 끝에 현재는 모두 진화됐다.
한국경제TV 취재결과 포스코의 포항·광양제철소는 최근 5년간 소방청의 안전점검에서 다수 '불량'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화재 진화 설비를 임의로 꺼두거나 △소화 장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문제가 주로 확인됐다.
정동영 의원은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포스코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인명,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소방청의 안전 점검에서 지적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안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대형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화재 안전 시스템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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