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를 공습하면서 현지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4시께 베이루트 중심부 바스타 지역의 8층 주거용 건물 등을 공격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20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인사를 살해하기 위해 이번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헤즈볼라 소속 레바논 하원의원인 아민 셰리는 해당 건물에 헤즈볼라의 지도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은 이스라엘이 과거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등을 살해할 때 사용한 이른바 '벙커버스터'를 이번 공습에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9월 나스랄라 암살 당시 2천파운드(907㎏)급 BLU-109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BLU-109는 약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도 뚫을 수 있는 초대형 폭탄이다.
예고 없이 이뤄진 공습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현지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인근에 사는 주민 알리 아사르(55)는 BBC에 "모든 창문과 유리가 나와 아내, 아이들 위쪽으로 떨어졌다. 집이 전쟁터로 변했다"며 "여기에 (헤즈볼라) 1명이 숨어있다고 해도, 사람들이 잠자고 있는 건물을 부숴야 하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바스타 지역 이외에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도 공습했다. 이 지역은 헤즈볼라의 본거지로 알려졌다.
또한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벌이고 있는 레바논 남부에서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레바논 동부 도시 발벡도 공습을 받아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국경지대 인근에서 교전을 이어왔다. 헤즈볼라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원을 명분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따른 것이다.
저강도로 이어지던 양측의 충돌은 지난 9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무선호출기 동시 폭발 사건과 나스랄라 살해 작전 등을 거치며 격화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로 최소 3천670명이 숨지고 최소 1만5천40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