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 아닌 미사일떼"…위태로운 중동 하늘길

입력 2024-11-23 11:36
수정 2024-11-23 13:27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일대를 지나는 민간 항공 여객기들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항공안전 평가 기업인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이하 오스트리)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수는 월평균 162기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월평균 10기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집계치는 탄도·순항 미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로켓·박격포·대포·드론까지 포함하면 총 발사체 수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대규모 미사일 공습을 가한 지난 달 1일, 민간 항공 여객기의 근거리에서 미사일이 목격된 사례도 전해진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는 에미리트 항공 여객기를 탄 한 승객은 "저건 폭죽이 터지는 건가요? 뭔가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이란의 '미사일떼'였다고 WSJ은 전했다.

이같이 미사일과 민간 항공기가 가까이에서 나는 것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탄도 미사일은 민간 항공기의 비행 고도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움직이지만, 하늘로 솟구칠 때와 목표물을 향해 하강할 때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순항 미사일의 경우, 낮은 고도로 날기 때문에 항공기의 이착륙 시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나아가 방공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를 미사일로 오인한다면 이는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014년에는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20년에는 이란 테헤란 부근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항공 소속 PS752편 여객기가 이란군의 격추로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전원 숨진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각국 정부의 영공 통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달 1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 항공편 다수가 경로 변경 없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위치한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상공을 지났다.

같은 달 26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습 당시에도 이 일대에서 항공기는 계속 운항했다.

오스트리의 최고정보책임자(CIO) 맷 보리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전보다 우선시되고, 분쟁 지역에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항공사의 무리한 비행 계획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일부 항공사가 조종사가 동의하지 않는 위험한 항로로 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PS752편 여객기 추락 사고로 동료를 잃은 조종사 쿠로시 두셰나스는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재난은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