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결국 민간소비 부진 초래"

입력 2024-11-21 16:02
수정 2024-11-21 16:02
카드사 적격비용제도 문제점 컨퍼런스


3년에 한 번씩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의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 국내 제도가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소비자 후생을 저하시키고, 나아가 민간소비 부진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지용 신용카드학회장(상명대 교수)은 21일 '카드사의 적격비용 제도와 문제점, 그리고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2012년부터 시행중인 적격비용 제도는 카드사의 모집비용, 판관비, 마케팅 비용 축소를 초래했다"며 "이는 결국 포인트나 할인, 혜자카드 단종 등 소비자 부가혜택을 축소하고, 최근 신용카드 승인 증가율이 둔화되는 민간소비 부진에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적격비용제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 개정으로 국내에 적용된 제도로, 업종별 카드수수료 체계에서 적정 원가에 기반한 체계로 변경된 것이 특징이다. 적격비용은 사실상 카드수수료의 원가를 의미하는 비용으로, 카드결제에 수반되는 적정 원가에 기반해 3년에 한 번씩 수수료율이 결정된다.

하지만 물가 인상과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 14년간 카드수수료율은 14차례 모두 인하돼 왔다. 특히 연매출 2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적용됐던 1.5%의 우대수수료율은 0.8%에서 0.5%까지 떨어졌고, 영세가맹점의 범위도 연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현재 전체 299만3,000개의 카드가맹점 중 96.2%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대부분의 가맹점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다보니 사실상 카드 매출이 늘어날수록 카드사 입장에선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카드사 입장에선 비용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서 학회장은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카드는 282개, 체크카드는 91개로 지난해 전체 규모의 80%에 달한다"며 "카드사의 모집비용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3%나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맞물려 신용판매부문 축소, 위험자산비중 확대를 초래했다"며 "본업인 신용판매 확대를 통한 민간소비 촉진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적격비용 제도의 대폭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로 전년 동기(4.6%)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경제성장률 부진의 주요 요인인 민간소비 촉진을 위해 부가 혜택을 늘리는 신판부문 확대가 시급하다는게 서 학회장의 설명이다.

최근 카드론 잔액이 급증한 것도 적격비용 제도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2018년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 이후 2019년 1분기부터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급락했다"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가 아닌 카드론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론 수익의 비중 증가는 곧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수익에서 카드론 수익으로 비중이 옮겨지는 것은 부실채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 악화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올해 연말에도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진행한다. 이번 재산정을 통해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이 또 한 차례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