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통 열었더니 '돈다발'…"끝까지 추적"

입력 2024-11-21 14:02
국세청, 고액 체납자 696명 집중 조사


과세 당국이 재산추적 조사로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2조 5천억 원을 거둬들였다. '코인'을 이용해 재산을 숨기거나, 자녀들이 주도해 조직적으로 양도소득세 강제 징수를 회피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세청은 지능적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 온 고액 체납자 696명을 집중 추적했다고 21일 밝혔다.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 허위 가등기 등으로 가족 등에게 재산을 편법 이전한 81명, 호화생활 체납자 399명 등이다.

아파트 분양권을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 수억 원을 체납한 A씨는 분양권 양도 대금으로 20여종의 가상자산을 샀다. 일부는 모친과 사촌 등의 개인지갑으로 옮기는 등 재산 은닉이 이뤄졌다.

국세청은 A씨가 보유 중인 코인을 강제 징수하고 가족에게 이전한 가상자산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올해 하반기에만 287억 원을 압류했다.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 수십억 원을 체납한 경우도 드러났는데, 92세 고령자인 B씨는 본인 소유의 토지를 양도한 바 있다. 과세당국은 은행 폐쇄회로(CC)TV 확인과 여러 차례 탐문·잠복으로 B씨가 자녀 명의 주택에 실거주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지방청·세무서 직원 21명이 체납자 자녀의 주소지 4곳을 동시에 합동 수색해 김치통, 서랍에 숨겨놓은 현금과 골드바 등 모두 11억원어치를 징수했다. 체납자의 자녀·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은 고발 조치했다.

수색 과정에서 문을 여는 것을 거부하거나 위협·욕설을 하는 등 거센 저항을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은 최근 유튜버, 저작권자, 강사 등 고소득 프리랜서 체납자 강제 징수도 강화 중인데, 유튜버의 슈퍼챗 등 계속적 수입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신속히 압류·추심할 방침이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을 활용해 추적하고 있다"며 "신종 소득 재산 현황을 철저히 파악하여 피해 분석을 실시하는 등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갈수록 지능화되는 재산 은닉 행위에 신속히 대응하여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 징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