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해운사 HMM이 올해 3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거뒀습니다.
고환율에 홍해 사태 등 예상하지 못한 특수가 이어졌기 때문인데,
매각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실적 호조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지효 기자의 보도입니다.
HMM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 앞서 상반기 영업이익을 1개 분기에 달성한 겁니다.
HMM 측은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상승한 영향"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3분기 평균 986포인트였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올해 3분기 평균 3082포인트로 뛰었습니다.
고환율이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도 수익성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해운업은 운임 계약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율 민감도가 높은 업종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상반기 80억원 대였던 HMM의 외환 차익은 환율이 뛰면서 이번 분기 947억21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급' 실적은 사실상 외부 환경 변화에 기인한 건데,
사업 전략은 시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HMM은 주력인 컨테이너선 비중을 줄이고 벌크선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
다만 벌크선 부문이 시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감소로 2019년 2분기 이후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입니다.
수출입 물품을 주로 나르는 컨테이너선과 다르게 석탄, 광석 등을 운반하는 벌크선은 중국 경기에 영향을 받는 만큼 앞으로의 전망도 불확실합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매각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지만 하림과의 협상이 올해 초 결렬됐습니다.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33.73%)과 한국해양진흥공사(33.32%) 지분율이 70%에 육박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매각을 추진하는 데 한계로 꼽힙니다.
최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HMM의 경우 민간 주인 찾기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현 정부가 다시 HMM 매각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서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