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뇌전증 발작...서울대병원, 면역치료법 제시

입력 2024-11-18 10:12
신생 난치성 뇌전증 지속발작 관련 치료법 제시
사망률 30%->5.4%로 현저히 줄어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신생 난치성 뇌전증 지속발작(NORSE)에 대해 항경련제보다 면역치료가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장윤혁 서울대병원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교수, 이순태·이상건·주건 신경과 교수(안수현 박사과정 학생), 최무림 서울의대 교수(홍성은 의사과학자 박사과정 학생)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NORSE 환자들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양한 분석 결과에 대해 18일 발표했다.

NORSE는 건강하던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의식불명·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이 불분명하고 기존 항경련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고도의 난치성 중증 질환이다. 환자의 약 30%는 경련이 멈추지 않아 사망해, 신경질환 분야의 대표적인 미해결 난제로 여겨진다.

연구팀은 NORSE의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환자들의 임상 자료와 유전체 데이터를 전장 유전체 시퀀싱으로 분석해, 유전적 특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그 결과, 다유전자 위험 점수를 자가면역 및 염증성 질환, 뇌신경질환, 종양, 기타 4가지 질병군의 40개 질환과 비교했을 때, NORSE가 자가면역 및 염증성 질환과 유사한 유전적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이토카인 패턴 분석을 통해 NORSE가 자가면역·염증성 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내 면역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해당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리툭시맙, 토실리주맙 등의 면역억제제를 조합하여 최소 18주 이상 지속해야 최적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프로토콜을 제시했다. 또한, 3개월 시점의 뇌 MRI와 초기 2개월 이내의 의식 회복 여부가 1년 후 예후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임을 확인하며, 초기 MRI 영상과 빠른 의식 회복이 환자의 장기적인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면역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의 1년 사망률은 5.4%로, 기존 연구에서 보고된 최대 사망률인 3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이는 항경련제 단독 치료보다 면역치료가 NORSE 환자의 사망률 감소와 회복 속도 향상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급성 단계에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면역치료가 중요하다는 점도 시사한다.

장윤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증 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예측 가능한 치료 지침을 제공할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성과”라며 “전 세계적으로 이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태 교수(신경과)는 “서울대병원은 다양한 중증 난치성 질환에 대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방대한 임상 자료와 유전체, 바이오 샘플, 생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첨단 바이오 연구를 위한 연구팀들을 구성해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는 신경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미국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와 ‘신경, 신경외과, 정신과 저널(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