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정체된 가운데 연준의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의 하락폭이 커졌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집권 확정 소식에 랠리를 이어가던 위험자산 시장 전반의 조정폭이 커지고, 채권금리가 재차 반등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현지시간 1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21포인트, 0.6% 하락해 5,949.17선으로 밀려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23.07포인트, 0.64% 내린 1만 9,107.65포인트에 그쳤고,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207.33포인트 0.47% 내린 4만 3,750.86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댈러스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콘퍼런스 모두 발언에서"경제는 우리가 서둘러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어 "현재 강한 경제는 우리가 신중하게 통화 정책을 내릴 여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연준(Fed)는 지난 9월 0.5%포인트, 11월 0.25%포인트를 각각 인하해 연 4.5~4.75%까지 연방기금금리 범위를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이 지난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높여 지난해 이후 눈에 띄게 하락했지만, 최근 석 달간 지표는 뚜렷한 정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하루 전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로 상승폭을 키웠다. 이날 오전에 나온 생산자 물가지수 역시 헤드라인 지표는 한 달간 0.2%, 근원 물가는 0.3%로 지난달 수준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인플레이션 지표에 대해 당초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보고서의 세부 사항을 뜯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때로는 험난한 길이더라도 2%를 향해 진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파월 의장은 이날 이어진 토론에서 정치와 거리를 두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인상과 정책 변화에 대해 평가하기에 이르다고 언급했다. 이날 발언으로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오전 하락분을 되돌려 어제와 같은 4.451%로 올라섰고,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FedWatch) 기준 12월 18일 금리 동결 가능성은 41%로 크게 뛰었다.
● 애플 주식 1억 주 줄인 버핏..엔비디아 수익낸 드러켄 밀러, 쿠팡 추가 매입
미국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지난 3분기 투자 내역이 담긴 13F 공시도 장 마감 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워런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는 지난 9월말 기준 애플 보유 주식 수를 3억 주로 종전 2분기 대비 1억 주, 약 25%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쉐브론,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등의 보유 내역은 변화가 없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7월 이후 연이은 지분 매각으로 현재 9.5%까지 지분이 감소했다.
벅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 담당 매니저들의 투자로 지난 분기 반짝 급등했던 얼타뷰티 지분은 97% 대폭 줄였고, 누 홀딩스, 차터커뮤니케이션 지분도 대축 줄었다. 반면 도미노피자를 127만 주(약 5.5억 달러), 수영장 청소업체 풀 40만 주(약 1.5억 달러), 헤이코 105만주(약 2.1억 달러)를 소규모 편입했다. 이번 발표로 얼타뷰티는 시간외에서 약 3% 하락, 도미노피자는 7%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초기 투자와 엑시트 과정에서 주목을 받은 억만장자 드러켄 밀러는 헬스케어 네트라, 우리나라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쿠팡 지분을 늘렸다. 올해 초 엔비디아, 러셀2000 상장지수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옮겼던 드러켄 밀러의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는 네트라 약 4억 5천만 달러 상당, 전체 포트폴리오의 7% 가량을 투자했다. 지난 분기 소폭 지분을 줄였던 쿠팡은 72만주 추가 매입했고, 이번 분기 우드워드, 필립모리스, 프로포트맥모란 지분을 추가로 담았다.
중국 투자로 올인했던 마이클 버리는 최근 반짝 급등 후 하락 과정에서 풋옵션을 상당량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3F 공시에서 사이언 자산운용은 알리바바와 JD닷컴에 각각 2천억 달러 상당, 바이두 1,300억 달러 상당과 쉬프트4, 오라플렉스 등을 편입했다고 신고했다. 또한 JD닷컴의 풋옵션 50만 주를 비롯해 알리바바 풋옵션 17만 주, 바이두 풋 8만 주 가량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 스퀘어 캐피탈은 지난 분기 주식 비중을 무더기 줄였다. 애크먼의 편입으로 주목받았던 나이키 비중은 11.15% 축소했고, 알파벳A주 -5.12%, C주 -9.77% 낮췄다. 또한 치폴레 멕시칸그릴 지분도 12.86% 줄이는 등 지난 분기 상당량 지분을 정리했다. 이날 공시에서 엔비디아는 Arm홀딩스, 리커션파마슈티컬 등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했고, 어플라이드 디지털을 신규 770여만 주 편입했다고 신고했다. 어플라이드 디지털은 해당 공시로 시간외에서 약 4% 상승 중이다.
실적 시즌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월드 디즈니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공개했다.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가 한시 복귀한 이후 대대적 구조조정을 한 영화 부문과 스트리밍에서 뚜렷한 개선이 이뤄졌다. 2024회계연도 4분기 기준 디즈니의 조정 주당순이익은 1달러 14센트로 컨센서스 1달러 10센트를 소폭 상회했다. 매출액은 225억 7천만 달러로 컨센서스 224억 5천만 달러보다 높았다. 영화 인사이드아웃2, 데드풀&울버린이 각각 애니메이션 1위, R등급 1위 흥행 성적을 기록해 엔터테인먼트 부문 매출을 이끌었다. 스트리밍은 핵심 가입자가 440만 명 증가해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ESPN을 중심으로 한 스포츠 부문은 대학 풋볼 리그 중계권 등 비용 증가에 영업이익이 5% 줄었고, 테마파크는 높은 가격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이 32% 줄어 전체 영업이익 6% 감소를 기록했다.
개별 종목 가운데 탈모, 비만 치료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힘스&허스가 24% 폭락했다. 아마존이 자체 약국 사업을 통해 남성 탈모 등 5대 질환에 대한 원격 의료와 구독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사업 잠식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힘스&허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비중축소로 2단계 낮췄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나스닥 상장 자격 유지를 위한 보고서 제출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규 보고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11% 추가 하락을 보였다. 엔비디아의 실적을 가늠할 대만의 폭스콘은 전날 9개월간 AI 서버매출이 200% 증가하는 등 3분기 순이익에서 월가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일은 오는 20일 장 마감 후로 예정되어 있다.
하루 뒤인 15일은 주요 종목의 옵션만기일로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10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 경제 지표가 예정되어 있고, 실적은 중국 알리바바가 개장 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