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원문입니다.)
Q. 원자재 인사이드 시간입니다. 오늘은 트럼프 2기에 대비한 에너지와 기후, 또 원전과 관련된 주제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모든 시장이 ‘트럼프 당선’이라는 키워드로 움직였습니다. 원자재 시장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화석연료 쪽부터 살펴볼까요?
= 맞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외쳤던 슬로건이죠? ‘Drill, baby, drill.’ 직역하면 ‘석유를 뚫어라’라는 뜻인데요, 그러니까, 석유 시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이 짧은 문구 안에 담겨 있는 겁니다. 한마디로 ‘친화석연료, 반청정에너지’인데요, 트럼프는 화석연료에 대한 집중 투자를 공약하고 있죠? 선거 기간 동안 나왔던 내용을 구체화하면, 연방 공유지에서의 시추 허용, 알래스카 북극 보호 지역에서의 시추 재개, 파이프라인이나 수출터미널과 같은 인프라 지원, 수압 파쇄법 지지, 그리고 석탄산업 규제 폐지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석유업계가 트럼프 정치후원회에게 기부한 금액이 무려 7,500만달러가 넘는다며, 트럼프 2기는 결국 정유업계를 위주로 한 정치가 펼쳐질 것이라고 보도했고요, 파이낸셜 타임즈도 트럼프는 앞으로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관련 규제를 완충시키기 위해, 정부 부처 사이 정책을 조정하는 이른바 ‘에너지 차르’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선거 기간 에너지 분야 고문으로 활동하며 석유 재벌들과의 조율을 담당했던 더글러스 제임스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와 자동차 산업 로비스트 출신의 트럼프 정부 에너지부 부장관이었던 댄 브루옛이 유력하다고 전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 보호를 위해 중단했던 액화천연가스 LNG 수출 허가도 대거 재개할 방침인데요, 대기 중인 커먼웰스 LNG의 루이지애나 시설과 셈프라 LNG의 포트아서 2단계 프로젝트 등, 2027년까지 미국산 LNG 수출이 연간 1억 7,000만톤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요, 벌써부터 유럽은 러시아산 LNG 대신 미국산 LNG를 맞이할 준비 중입니다.
Q. 알겠습니다. 화석연료 부분을 짚어봤다면, 이번에는 친환경 에너지 분야도 살펴봐야겠죠?
= 네, 트럼프가 전통에너지를 강력 지지하는 만큼, 반대로 친환경 기조의 후퇴는 불가피합니다. 일단 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가 관건이 될 겁니다. ‘비싼 전기차를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바이든’이라든지 ‘가격만 비싸고 생산 시스템은 붕괴시키는 그린 뉴딜 정책은 사기’라는 등의 자극적인 문구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트럼프는 에너지 비용 절감, 에너지 자립 제고, 에너지 지배력 강화에도 주력할 것 같습니다. 또, 비용 대비 효율이 낮은 태양광 보조금 철회도 많이 언급이 되고 있고요, 그리고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해상 풍력발전을 금지시키는 행정명령 등도 발동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이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료와 에너지 비용이 드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게 트럼프의 구상인데요, 그 나름대로는 이게 바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원유 생산을 적극 지지하고 또 전략비축유를 보충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한다면 국제유가는 상대적인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월가 IB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Q. 그렇군요. 이번에는 기후 쪽도 설명해 주시죠.
= 네, 일단 뉴욕타임즈는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을 재탈퇴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1기 시절이었던 2017년 6월, 한번 탈퇴한 이력이 있죠?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하자마자 재가입을 했지만, 트럼프는 다시 탈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법원의 반대로 약 절반 정도만 유효했지만, 트럼프 1기 재임 기간에만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 규제 100여개를 폐기시킨 전적도 있죠. 트럼프는 이미 ‘빠른 에너지 규제 완화를 보장할 것’이라며 공화당 정치인인 리 젤딘을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한 상태입니다. 또, 기후학자들은 트럼프의 재임 기간이 2029년 1월이라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탄소예산, 즉 지구의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바로 2030년 전후라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지구 환경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 트럼프의 반환경적 흐름과 정확히 맞물려, 지구 온난화 시점이 기존 연구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는 기업들의 탄소배출량과 탄소감축 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거짓 공시를 할 경우, 기업의 대표를 처벌하는 ‘기후공시 제도’ 시행에도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Q. 이번주에는 COP29, 그러니까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도 개최됐는데 관련 소식도 있습니까?
= 네, 미국은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2위 국가입니다. 1위는 중국인데요, 다만 지난 200년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만 보면 미국의 1위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만약에 기후 대응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금융정책이나 재원 마련 등 다른 국가들의 노력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불안감이 압도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영국의 기후변화매체 ‘카본 브리프’는, 트럼프 2기의 석유와 가스 시추 정책이 실현된다면 미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Q. 그런데 또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들도 있다고요?
= 네, 일단 기후과학자들은 100년에서 20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기후변화 연구에 비하면, 미국의 대선은 약 5년에서 10년 가량의 파장을 미치는 단기 사건에 불과하다고 보며, 지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실제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양은 늘었지만, 팬데믹이 겹치며 임기 막바지에는 오히려 배출량이 줄었고, 또 트럼프가 이전에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했을 당시, 24명의 주지사들이 ‘미국 기후 행동 연합’을 만들어 자체적인 기후 대응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이제 기후변화는 환경이 아닌 경제 시장의 문제라며, 트럼프가 이처럼 화석연료에 집착하는 건 세계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즉, 재생에너지를 반하는 미국의 경제가 결국 중국에 뒤쳐질 것이며, 중국과 유럽은 이 기회를 틈타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배터리 제조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도, 이로 인해 지급되는 보조금의 혜택이 민주당 선거구보다 공화당 선거구에 3배는 더 몰리고 있는데다, 공화당이 대형 석유회사들의 로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폐지보다는 일부 수정을 거칠 확률이 더 높다고 봤습니다.
Q. 알겠습니다. 원전으로 마무리해 주시죠.
= 네, 뭐 쭉 연장선상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역시나 효율적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원전 증가와 전력망 개선이 전망됩니다. 소형모듈원자로, SMR에 대한 투자도 증대되겠고요, 원전 허가취득절차가 줄어든달지, 해외 국가들과의 원전 협력이 확대된달지 하는 부분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미장 뿐 아니라 국장에서도 원전, 인프라, 또 AI 관련주들까지 ‘트럼프 트레이드’의 호재를 받아 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보화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