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이어 미 의회 지형도 가상화폐에 우호적으로 바뀌면서 '가상화폐 르네상스', '가상화폐 황금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한때 암호화폐 산업을 '사기'라고 비난했지만, 최근 1∼2년 사이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 등의 발언을 내놨고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친(親)비트코인 대통령',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첫날 가상화폐 규제에 앞장섰던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가상화폐 업계에 큰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가상화폐 관할 당국이 SEC에서 연방거래위원회(FTC)로 바뀔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캠프 내에도 친가상화폐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으며,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 공동위원장 하워드 루트닉도 가상화폐 기업 테더가 지분을 보유한 투자업체를 이끌고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규제받아온 가상화폐 업계는 약 1년 전부터 이번 대선과 연방 상·하원 의원 선거를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미 의회 지형을 바꾸기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가상화폐 업체들은 1년 전 가상화폐에 비판적인 정치인을 겨냥한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 단체)인 페어셰이크에 1억7천만 달러(약 2천369억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이 단체는 이번 선거 기간 1억3천500만 달러(약 1천880억원)를 지출했으며, 암호화폐에 비판적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세러드 브라운 의원(민주) 등의 낙선을 이끌어냈다.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슈퍼팩이 지지한 후보 58명 가운데 최소 54명이 당선됐으며, 로비단체 '스탠드위드크립토'는 이제 미 의회에서 가상화폐에 우호적인 정치인이 284명, 비판적인 정치인이 132명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리처드 텅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내 가상화폐 수용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황금기의 시작이라고 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가상화폐 반대자가 되는 것은 그야말로 나쁜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가상자산 운용사인 갤럭시의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앞으로 52주 동안 매주 나올 호재의 시작 부분"이라고 기대했다.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장밋빛 전망 속에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자산'인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에 이어 공화당이 연방 상·하원까지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윕'(Red Sweep·공화당 싹쓸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은 미 동부시간 10일 사상 처음으로 8만 달러선을 넘어선 데 이어 한때 8만1천 달러선까지 찍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더블록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애널리스트 제프 켄드릭은 연말까지 비트코인이 손쉽게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연말이나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 12만5천 달러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