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찾아가라"…황당 메일에 50대 여성 결국

입력 2024-11-10 08:59
수정 2024-11-10 09:09


익명의 메일에 속아 마약을 운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마약 혐의로 기소된 A(51·여)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해외 은행 계좌에 당신 명의로 1천만 달러(138억원)가 예치돼 있다. 수혜자 명단에 포함됐으니 그 돈을 모두 받게 해주겠다"는 익명의 인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인물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가서 '자금 이체 문서'에 서명하라"며 "다시 그 서류를 들고 캄보디아로 가서 현지 은행에 제출한 뒤 1천만 달러를 찾아가라"고 안내했다. 대신 그는 이 거래를 도와주는 대가를 요구했다.

과거에 투자한 가상화폐가 자신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거액의수익을 냈을지도 모른다고 믿었던 A씨는 지난 4월 한국에서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다음날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A씨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을 만나 여행용 가방을 넘겨받았고, 이를 위탁 수하물로 맡긴 뒤 여객기를 탔다.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캄보디아로 가려던 그는 한국 세관 직원들에게 적발됐다. 조사 결과 A씨가 위탁 수하물로 부친 여행용 가방에는 코카인 5.7㎏이 들어있었다. 시가로 11억2천만원어치였다.

검찰은 A씨가 여행용 가방에 마약이 든 줄 알고도 범행했다며 지난 5월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브라질에서 받은 여행용 가방에 코카인이 들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마약을 밀수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 전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보면 여행용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국내에 반입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피고인에게 처음 메일을 보낸 인물이 자신의 여권 사본과 함께 위조한 문서를 함께 첨부했다. 사기행위에 속을 사람이 전혀 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