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석유류 가격 하락 영향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 올랐다.
45개월만에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이다.
물가는 두 달 연속 1%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갔지만 배추·무 등 채소류가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며 '김장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상승했다.
2021년 1월(0.9%) 이후 45개월만에 최저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이후 9월(1.6%)부터는 1%대로 내려오며 둔화세가 뚜렷해졌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1.2%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가 1년 전보다 15.6% 오르면서 2022년 10월(22.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장 재료인 배추(51.5%), 무(52.1%) 등 채소는 50% 넘게 급등했고 상추도 49.3% 올랐다.
반면 쌀 가격은 8.7% 떨어지면서 지난해 1월(-9.3%) 이후 21개월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공업제품 상승률도 1년 전보다 0.3% 하락하면서 2021년 2월(-0.8%) 이후 44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1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10.9%)을 기록하면서 전체 물가를 0.46%포인트 끌어내렸다.
서비스 물가는 2.1% 상승했다. 외식을 비롯한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오르며 전체 물가에 0.96%포인트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험서비스료는 15.1%, 공동주택관리비는 4.2%, 치킨 가격은 5.2% 올랐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에 영향이 큰 석유류 가격이 크게 줄고, 과일 가격도 많이 안정되면서 전체 물가상승률이 하락했다"며 "채소와 외식 물가는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소류와 석유류는 기상이변과 국제 정세 등 외부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 지수는 1.6% 상승률을 기록하며 1%대로 내려앉았다.
생활물가 지수 상승률도 1.2%를 기록해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은 1.8%를 기록해 전달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1.7% 상승했다.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 동향과 관련해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1%대 상승률로 둔화하는 등 물가 하향안정세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10월 물가상승률이 1.3%로 3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11월에는 석유류 가격의 하락세 둔화로 상방 압력이 있겠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2% 이내 상승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안정된 물가 흐름이 지속되도록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차관은 채소류 물가 불안에 대해 "배추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려 2만4천톤 공급하고, 대파·마늘·천일염·젓갈류도 최대 50% 할인해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2개월 연장한 것과 관련해선 "버스·택시·화물차·연안화물선 등에 대한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도 2개월 추가 연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