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유치원까지 전송된 문자…목숨 끊은 성매매 여성

입력 2024-11-03 11:46
불법대부업체 협박 시달리다 숨진 여성 사연 언론보도
서울시, 실태 조사하고 법률지원 강화


불법 대부업 피해를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매매 여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울시가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선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준 뒤 살인적 이자를 뜯어내고 돈을 갚지 못하면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기 쉬운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시가 이처럼 불법대부업 피해 예방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성매매 종사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다룬 최근 언론 보도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촌 종사자 A씨가 지난 9월 지방의 한 펜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던 그가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린 것은 불법 대부업체로부터 수십만원을 빌리면서부터다.

시간이 흐를수록 A씨의 채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 일당은 그의 지인들에게 'A씨가 미아리에서 몸을 판다. 돈을 빌리고 잠수를 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딸이 다니는 유치원 교사에게도 이런 문자메시지가 보내졌고, 견디다 못한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울시는 피해 여성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행방을 수소문하는 한편, 불법 대부업 피해 근절을 위한 대책에 나섰다.

시는 우선 성매매 종사자를 대상으로 불법 대부업 피해 현황 조사에 착수한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와 영등포동 영등포역전으로, 9월 말 기준으로 2곳의 종사자는 420여명으로 추산된다.

시는 이 2곳의 현장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또 집결지 내 스피커를 설치해 불법 추심 신고 안내 방송을 내보내고, 로고 라이트도 설치해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익명으로 상담할 수 있는 카카오톡 전용 상담창구도 운영한다.

법률 지원 대상 범위도 확대했다. 채무 당사자에게만 제공해온 법률 지원을 채무자 가족, 지인 등 관계인에게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나 불법 대부업 광고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AI를 활용한 검출 시스템을 개발해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불법 대부 광고에 사용된 전화번호는 '대포 킬러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차단한다. 해당 시스템에 등록된 불법 대부업 전화번호로 3초마다 전화를 걸어 통화 불능 상태로 만드는 방식이다.

아울러 대부업체의 불법 추심 행위 등에 대한 증거 수집과 수사 의뢰도 강화하고, 자치구를 통해 과태료 부과와 영업 정지 등 행정조치도 강화한다.

한편 시는 성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생활시설·상담소 20곳을 운영 중이다.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성매매 피해자 보호시설을 통한 상담 건수는 9천706건, 의료·법률지원, 치료 회복 및 직업훈련 지원 건수는 7천555건에 달한다.

또 성매매 집결지 현장지원사업(열린터)으로 2천426건의 상담과 2천578건의 의료·법률지원, 직업훈련 등을 제공했다.

집결지 여성의 안정적 이주 적응을 위해 자활지원센터와 공동작업장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불법 대부업 피해를 막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관계기관과 협력해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