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인데도 아쉬운 단풍...'가을 소멸' 탓?

입력 2024-11-02 08:27


지난 1일 오후 강원 설악산국립공원은 단풍 구경을 하기 위한 행락객들로 북적였다.

설악산은 지난달 29일 '단풍 절정'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도 설악산 일원에는 초록빛이 적지 않게 감돌았다.

이에 단풍을 기대하고 온 등산객들은 "울긋불긋한 단풍을 기대했는데 아직 초록빛만 가득하다"며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온 이모(58)씨는 "설악산에 최근 10년간 매년 단풍철에 오고 있는데 확실히 해가 갈수록 색도 옅어지고, 단풍이 예년에 비해 덜 들고 있다"며 "산 자체로 멋지긴 하지만 '단풍 구경'이라는 목적에서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단풍은 날씨가 서늘해야 깊게 물든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월동 준비'로 녹색을 띠는 엽록소를 파괴해 잎의 색이 붉게 물들기 때문이다.

올해는 유독 가을철까지 늦더위가 길게 이어졌고, 엽록소가 제대로 파괴되지 않아 단풍색과 개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선선한 가을 날씨 기간이 짧아져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여~름, 갈, 겨~울'로 바뀌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실제 기상청 기후정보 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름 길이는 최근 30년(1991∼2020년) 동안 과거 30년(1912∼1940년)과 비교해 20일가량 늘어난 반면 가을은 4일 줄었다.

이에 국내 유명 산의 단풍 시기도 평년보다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올해 설악산은 관측 사상 역대 가장 늦은 단풍 절정을, 한라산은 역대 가장 늦은 단풍 시작을 보였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올해는 유달리 무더위가 길었고 최근까지도 낮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등 생물들이 새로운 기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기후 온난화를 비롯해 엘니뇨·라니냐 등의 영향도 살펴 다각도로 단풍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