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향후 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산업별 버티컬(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조준희 회장 "돈 되는 산업 전문 AI에 집중"
조준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회장은 1일 '2024 글로벌 미래기술 포럼(GFT)'에서 "한국이 AI 시장에서 '빅3'가 된다는 목표지만 자본의 한계가 분명하다"며 "전문화된 산업용 AI 시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희 회장은 모바일 플랫폼 소프트웨어 업체 유라클을 창업한 기업가다. 지난 2021년부터는 KOSA 회장을 역임 중이다. 이외에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글로벌 DPG 얼라이언스 의장,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 산업생태계 분과위원장,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국이 가진 자본의 회장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5년 간 AI 관련 누적 투자액이 약 14조원 수준"이라며 "상위 3위권 국가와는 규모의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이 기간 미국은 435조, 중국은 175조, 영국은 33조를 투자했다. 한국은 1위 미국과 비교하면 투자액이 400조 이상 뒤처졌다.
불리한 자본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화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준희 회장은 "한국이 지금보다 1000배 이상 투자할 게 아니라면 산업용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간 산업용 AI 시장은 연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끝으로 AI 반도체 메모리 경쟁력의 강점을 기반으로 AI 인프라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기업별로 하더라도 인프라는 공동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이 인프라가 반도체부터 클라우드, 신경망처리장치(NPU)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 "한국은 AI 경쟁력 있어…SK하이닉스 선전"
현재 AI 시장에서 한국이 보유한 경쟁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챗GPT 기반 기술을 개발, 'AI 아버지'로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다른 국가가 가질 수 없는 강력한 제조업 경쟁력을 가졌다"며 "AI가 가상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로봇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에너지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권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에너지"라며 "AI가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만큼 관련 기술을 가진 업체가 각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표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관리 분야의 버티브홀딩스,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분야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을 꼽았다. 한국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에 잘 안착하고 있다고 했다.
조준희 회장은 AI 에이전트(비서)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AI 비서는 인간의 명령 없이도 AI가 알아서 여러 단계의 일을 처리하는 기술이다. 이같은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면서도 기능과 비전에서는 아직 다듬을 게 많다고 짚었다.
AI 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박재근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강국인 한국에게 다가올 AI 시대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AI 산업이 하드웨어로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소프트웨어와 함께 가야 한다"며 "결국 로컬라이징(현지화)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국가 대표급 AI 기업을 키우기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