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가 낸 '대표 재선임'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9일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신청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며 "피보전권리(보호받아야 할 권리)에 대한 소명도 부족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어도어는 오는 30일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으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여기서 자신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해야 한다는 것이 민 전 대표의 궁극적인 신청 취지다.
지난해 3월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어도어의 하이브 측 사내이사 3인에게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하라고 하이브가 지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주 간 계약은 민 전 대표가 2021년 11월부터 5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이브 몫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조항을 근거로 가처분을 인용한다고 하더라도, 이사들이 이를 꼭 따라야 할 법적 의무가 없어 신청의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이사들에게 신청 내용과 같은 업무 집행을 지시하더라도, 이사들은 상법·민법상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따라 독립적으로 안건에 관한 찬반을 판단·결정해야 한다"며 "하이브의 지시에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주 간 계약에서 이사의 업무에 관해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정하는 규정을 '프로큐어(procure) 조항'이라고 하는데, 재판부는 이 조항이 상법 기본 원리에 반한다는 점에서 효력에 논란이 있어 가처분을 통해 판단하기는 어렵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의 유효성은 본안 소송에서의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돼야 할 필요가 있고, 현 단계에서 이 조항의 유효성을 전제로 이행을 명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프로큐어 조항의 채권적 효력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강제로 이행할 것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법령·학계의 논의 등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이 사건 신청과 동일한 내용의 청구가 본안소송에서 인정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는 지난달 13일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사내이사 재선임 등을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민 전 대표는 가처분 결론이 나오기 전인 지난 17일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일단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임기는 내달 2일부터 3년이다.
그러나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와 근본적인 신뢰 관계가 파괴됐다며 대표이사 선임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민 전 대표 측은 산하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이 자체 걸그룹 아일릿의 기획 단계 때부터 뉴진스를 표절하는 등 하이브가 부당 대우를 하며 배신을 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하이브 측은 어도어를 탈취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배신한 것은 민 전 대표 측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