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사업 재편을 재추진합니다.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늘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관련 안건을 다뤘습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금융당국과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로 사업 재편을 철회했던 두산이 새 제시안을 내놓았는데, 어떤 것이 달라졌습니까?
합병 비율이 바뀌었습니다.
두산그룹은 오늘 그룹 사업 재편을 위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를 각각 열었습니다.
두산은 이사회 직후 발표한 공시를 통해 2단계에 걸친 재편안을 제시했습니다.
개편안에 따르면 1단계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존속 법인과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합니다.
2단계에서는 신설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합니다.
여기까지는 지난 7월 발표한 재편안과 같습니다.
다만 신설 법인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3로 기존 대비 약 30% 올랐습니다.
대주주만을 위해 산정된 합병 비율이라는 금융당국과 개미 투자자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합병비를 재조정한 절충안을 낸 것입니다.
다음달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재편안이 통과될 경우 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로보틱스 주식 4.33주를 받게 됩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주주들은 사업 재편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라는 성장성 높은 주식을 모두 받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보고 오시죠.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밥캣이 저평가되었다는 시장 의견을 반영해서 시가의 약 43%의 경영 프리미엄을 추가해 합병비율을 높였습니다. 합병비율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개선했습니다.]
두산은 앞서 금융감독원의 반복되는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 속 합병 비율만큼은 원안대로 유지하며 논란이 불거졌던 바 있습니다.
갑작스럽게 절충안을 낸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두산그룹이 한 달여 만에 절충안을 내고 사업 재편을 재추진하는 것은 최근 들어 원전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5년간 체코 두코바니·테믈린 원전을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10기 내외의 원전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주를 위해서는 설비 증설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의 차입금이 7,000억 원을 웃돌아 발목이 잡힌 것입니다.
물론 차입금을 떠안은 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두산밥캣을 떼면 재무지표가 좋아져 유리한 차입 조건으로 7,000억 원 넘는 돈을 끌어모을 수 있습니다.
박상현 대표는 간담회에서 "자산 매각까지 1조 원 넘는 투자 여력을 확보할 경우 수요가 증가하는 SMR, 가스·수소터빈 등 신시장을 선점하게 될 것"이라며 주주들을 설득했습니다.
양사가 서로 떨어지면 밥캣 역시 새 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밥캣은 탈원전 정책 기조로 에너빌리티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덩달아 부침을 겪었다”며 “에너빌리티보다 로보틱스와 창출되는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두산그룹은 로보틱스와 밥캣이 함께 글로벌 무인 건설 장비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룹은 또 밥캣의 전 세계 딜러망을 로보틱스에 활용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선진 시장에서 위상이 높은 두산밥캣과의 협업으로 로보틱스의 매출 70%를 차지하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두산그룹이 내놓은 사업 재편 '플랜B'가 금융당국과 개미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두산의 사업 재편 재추진 소식이 들리자 시장에서는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넘어가는 것은 변하지 않은 데다, 재조정된 합병 비율 역시 불합리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두산이 선회한 사업 재편 ‘플랜B’에 제동을 걸지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알짜 회사인 밥캣의 모회사 즉 신설 법인의 가치가 로보틱스 대비 낮게 평가됐다는 것입니다.
두산의 기존안은 신설 법인의 가치를 매길 때 배당금 등이 밥캣의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며 배당 등은 빼고 기준 시가만으로 산정했습니다.
금감원은 배당 등을 반영해 가치를 책정하라며 평가 방식에 문제를 삼았습니다.
이에 두산그룹은 금감원의 평가 방식을 적용한 절충안을 냈습니다.
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250억 원, 영업손실 150억 원을 기록 중인 반면 두산밥캣은 3년 연속 1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재조정한 합병비마저 합리적이지 않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