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 꾹 참으면…가격 확 싸진다

입력 2024-10-21 07:38
수정 2024-10-21 08:15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다.

캐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정인 가운데 오는 2026년에는 배터리 제조 기술 발달과 원소재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와 비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저가 전기차 출시까지 이어지면서 전기차 수요 회복을 위한 '3박자'를 갖추고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kWh(킬로와트시)당 149달러(약 20만4천100원)였던 전기차 배터리 평균 가격이 올해 말 111달러 수준까지 낮아지는 데 이어 2026년에는 82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전기차 가격이 내연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경제적 관점에서 2026년에는 전기차 수요가 강력하게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배터리 기술 혁신과 리튬,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셀투팩(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하고 팩에 직접 셀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 등 배터리 기술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소재 가격이 최근 3년 내 최저 수준에 머무르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코미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이달 17일 기준 kg당 70.5위안(약 1만3천570원)으로, 2022년 11월 1일 사상 최고인 kg당 581.5위안을 기록한 이후 약 88% 하락했다. 리튬은 양극재 원가 중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 셀 제조 원가의 15∼20%를 차지하는 니켈 가격 역시 t당 1만6천630달러 수준으로, 2022년 3월 당시 기록한 최고가(4만2천995달러) 대비 60%가량 하락했다. 배터리 삼원계 주요 소재인 망간이나 코발트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기차 제조 원가에서 배터리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하는데, 배터리 제조 원가 중에서도 양극재, 음극재 등 주요 소재 원가 비중은 약 6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원소재 가격 하락은 배터리 셀 제조 및 전기차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 출시도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헤닝 코스만 애널리스트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 100개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고 2025년에는 약 70개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텔란티스와 르노는 최근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저가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 산하 시트로엥은 가격이 2만3천300유로(약 3천461만원)인 시트로엥 E-C3 소형 전기차를 공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1만9천999유로 버전이 출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티에리 코스카스 시트로엥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수요가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르노 역시 콤팩트 전기차인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을 공개했다. 이 모델의 가격은 3만5천유로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