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에서 군대로 끌려갔다…강제징집 '고육책'

입력 2024-10-14 15:37
수정 2024-10-14 15:38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콘서트장에 모병관들이 들이닥쳐 입대연령대의 남성들을 끌고가는 모습이 영상으로 찍혀 소셜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인기 록밴드 오케인 엘지의 공연이 열린 키이우 시내 실내경기장 앞에서 콘서트를 보러 온 남성들이 모병관들과 몸싸움을 벌였다고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모병관들은 경찰을 동원해 현장의 남성 모두를 대상으로 서류검사를 진행하고 검사를 거부하거나 문제가 있는 서류를 보인 이들을 바로 입대시킨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한 영상에는 "내게서 물러나라"고 외치며 끝까지 저항하던 남성이 결국 모병 데스크로 끌려가는 모습도 찍혔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인근 쇼핑센터와 인기 레스토랑 앞에서도 남성들에게 같은 검사를 진행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전쟁을 치르며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 초에는 많은 이들이 조국을 지키려 자발적으로 입대했지만, 전쟁이 길어지자 입대자가 감소했고 병역비리까지 기승을 부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4월 징집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최근에는 러시아처럼 죄수까지 징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대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 병력난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올렉산드르 다닐리우크 연구원은 "(군에) 동원되는 것이 죽거나 장애인이 돼서야 퇴역할 수 있는 일방통행 티켓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징집에 대한 공포로 인해 목숨을 걸고 국외로 탈출하는 남성들도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전쟁 발발후 지난 4월까지 최소 30명의 우크라이나인 남성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상당수는 헤엄쳐 강을 건너려다 익사하거나 산을 넘다가 동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