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에 '아수라장'…피해액만 무려 68조원

입력 2024-10-12 08:48
수정 2024-10-12 09:07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를 관통한 허리케인 '밀턴'으로 최소 1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미 CNN과 NBC 방송이 자체 집계를 통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CNN은 플로리다의 세인트루시 카운티에서 허리케인으로 촉발된 토네이도 돌풍 관련 사고에 6명이 숨지고 동부 해안의 볼루시아 카운티 4명, 탬파 서쪽 피넬라스 카운티 2명, 시트러스·힐스버러·포크·오렌지 카운티에서 각각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피해지역에서 구조작업이 본격화하고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밀턴은 지난 9일 오후 8시 30분 플로리다 서부 새로소타 카운티의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해 플로리다주를 관통했다.

상륙 당시 허리케인 5등급 가운데 3등급이었던 밀턴은 90여분 만에 2등급으로 세력이 약해졌다. 그럼에도 시속 195㎞에 달하는 강풍과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 큰 피해를 남겼다.

세인트피터즈버그 지역에는 18인치(457㎜)의 비가 쏟아졌는데 그중 9인치(229㎜) 이상이 단 3시간 만에 내려 1천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CNN은 전했다.

돌발성 폭우가 대홍수를 일으킨 탓에 곳곳에 여전히 주택과 건물, 도로가 침수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부 침수 지역에서는 감전 사고도 잇따랐다. 전날 오후 5시께(미 동부시간)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60대 남성이 폭풍으로 파손된 잔해를 치우다가 상공에서 끊어져 땅에 떨어진 전선을 밟아 감전돼 숨졌다고 지역 보안관이 밝혔다.

클리어워터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는 전날 오전 인근 운하에서 흘러든 물이 집 내부까지 높이 차오르면서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아파트 1층에 사는 주민 재러드 린치(32세)는 "수요일 밤 10시부터 급격히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며 "자정을 넘겨 오전 2시께는 문손잡이 높이까지 물에 잠겼고 그때 집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는 강풍에 쓰러진 대형 크레인이 고층 건물을 덮치면서 건물 일부가 완전히 뚫려 부서졌다. 다행히 이 건물은 허리케인이 지나는 이틀 동안 문을 닫은 상태여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플로리다 지역의 214만8천여가구(상업시설 포함)에 전기가 끊긴 상태라고 미국의 정전현황 집계사이트 파워아우티지에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밀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500억달러(약 67조6천억원)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이날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밀턴의 강우량을 20∼30% 늘리고 바람의 위력을 약 10% 강화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밀턴은 대형 허리케인인 3등급이 아니라 그보다 약한 2등급으로 상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지구 온난화로 전보다 뜨거워진 해양에서 허리케인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어 단시간에 급속히 강화하는 추세가 더욱 일반화해 폭풍의 위협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