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분사설 일축한 이재용, 삼성 위기론엔 침묵

입력 2024-10-11 23:32
수정 2024-10-11 23:34
동남아 경제사절단 일정 마치고 귀국
위기론, 조직개편 질문에 묵묵부답
필리핀서 활발한 경영행보 나선 것과 대조
3분기 영업익 9.1조원…주가 5만전자 추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필리핀·싱가포르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친 후 귀국하는 자리에서 '삼성 반도체 위기론'에 대해 침묵으로 대응했다. 필리핀 현장에서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을 일축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회장은 11일 오후 10시16분경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취재진은 이 회장에게 '반도체 위기를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향후 조직개편의 방향을 정해뒀는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 회장은 이에 대에 어떤 답변도 남기지 않았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같은 짧은 인사말을 하던 것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출장 기간 중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공개됐는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9조원, 9조 1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증권가 기대치(10조원)를 밑돌며 '삼성 반도체 위기론'이 대두됐다.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은 이례적으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사과 메시지를 냈다.

다만, 이 회장은 필리핀 등 출장 현지에서는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의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찾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장을 살폈다. 7일에는 한국-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외신과 만나 "파운드리 분사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이 불거졌는데, 이같은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이날 이 회장과 함께 귀국한 정현호 부회장(사업지원TF장)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반기 인사에 신상필벌이 적용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남기지 않았다. 노태문 사장(MX 사업부장) 역시 인사 계획과 실적 개선 전략, 갤럭시S 시리즈 엑시노스 탑재 등에 대해 "기회가 될 때 다시 말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11일 기준 5만9300원에 형성돼 있다. 삼성의 주력 분야인 D램 반도체 업황 둔화가 예상되는데다 파운드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다. 회사의 주가는 최근 1개월간 10.56%, 6개월간 29.15% 하락하며 '5만전자'로 추락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