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 사망사고, 2심서 유죄로 뒤집혀

입력 2024-10-10 16:50


교통사고 사망사고에 대해 차량 결함 가능성이 인정돼 1심에서 무죄 판정을 받은 사건이 항소심에서는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둬 유죄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0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50대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차량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A씨는 2020년 12월 29일 오후 3시 23분 그랜저 승용차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내 광장을 가로질러 운전하다 대학 경비원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B씨는 차량 진입을 제지하려다 차에 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A씨 측은 차량 결함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차량 결함 가능성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사실오인, 법리 오해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사고 차량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도 항소심 과정에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현대차 측은 차량 제동력(브레이크페달)에 문제가 없었고, 운전자가 착각해 브레이크페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과실로 빚어진 사고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과수 감정 결과와 전문 심리위원들 의견을 종합해 '차량 결함보다는 운전자 과실로 발생한 사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차량 과속·제동장치에 기계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가속페달을 오인한 운전 과실에서 기인한 사고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과실 정도가 가볍지 않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의 황망함이나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다"며 "다만, 피고인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오인해 차량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사정, 보험회사가 유가족에 보험금을 지급했고, 추가로 민사 재판에서 피해 보상이 되는 점 등의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즉각 상고 의사를 밝혔다. A씨 변호인은 "항소심의 판단을 저희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유죄로 판단한 근거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대법원에서 다시 한번 다퉈보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