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 몰린 헤즈볼라…'조건없는 휴전' 시사

입력 2024-10-09 11:12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그간 제시해온 선결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휴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해 주목된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8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이끄는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카셈은 "휴전이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휴전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중동 긴장 악화에 치솟은 국제유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카셈의 발언이 가자지구 휴전 없이는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이 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통신은 카셈의 이날 발언 전에도 헤즈볼라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 포착됐었다며 이스라엘의 공세가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헤즈볼라가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는 등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달부터 그간 교전을 하던 접경지 레바논 남부를 넘에 수도 베이루트 근처나 도심까지 공습의 범위를 넓혔다.

헤즈볼라의 거점인 레바논 남부에서 사단 병력을 계속 투입하는 등 지상전을 확대해가고 있기도 하다.

레바논 정치권이나 헤즈볼라 내부에서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힘에 밀려 휴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정부도 헤즈볼라가 휴전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을 거론한 것은 헤즈볼라의 입장이 불리해진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카셈의 이날 발언으로 사그라들었던 휴전의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기대에 국제유가가 곧바로 반응했다. 중동 확전 기로에 급등세를 지속했던 국제유가는 이날 4% 넘게 하락했다.

다만 헤즈볼라가 입장을 전환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은 데다 이스라엘도 외교적 해법에는 관심이 없어 당장 휴전 협상이 진전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편에서는 외교적 모멘텀을 창출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