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제철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의 수익률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표적인 철강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 부진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증권부 정호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정 기자, 수익률부터 짚어볼까요?
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철강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철강소재'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철강', 두 개 상품이 있습니다.
수년간 철강 업황이 바닥을 쳐 온 만큼, 올해 초부터 계산해 보면 마이너스 수익률인데요.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오늘만 해도 3.35%, 2.7% 상승하며, 최근 한 달간 20% 넘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산 주체는 기관투자자였습니다. 각각 38억 원, 9억 원 가까이 사들였습니다.
개인투자자는 이 기간 6억 원, 5억 원가량 순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만큼, 수익권에 들어서자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철강 소재 ETF의 수익률이 크게 오를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고려아연'이라는 변수 때문입니다.
최근 '고려아연'의 주가가 영풍·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급등하자, 고려아연을 편입한 철강 펀드들의 수익률이 튀어오른 건데요.
국내 증시엔 고려아연의 편입 비중이 10% 이상인 ETF는 총 3개 상품이 있는데, 모두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이 두 자릿수대를 기록 중이거든요.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최근 철강 ETF가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고려아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철강 업황이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실적을 중심으로 살펴 보면요.
철강 대표기업인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비 34%가량 줄었습니다.
2위인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 낸 이후 올들어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부진한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선 다가오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 기자, 고려아연이라는 변수를 제하고 나면, 철강 업황의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겁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철강 업황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조성되고 있긴 합니다.
실제 지난 9월 24일, 중국 당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국내 철강 기업의 주가는 각각 16.5%, 19%가량 올랐습니다.
이 기간만 떼어놓고 보면, 고려아연보다도 더 올랐습니다.
앞서 철강 업황이 오랜 기간 부진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부동산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이거든요.
중국의 주택 가격이 하락하자, 신규 건축 면적도 줄었고요. 집을 안 지으니 남는 철근이 늘어난 겁니다.
남는 철근 물량은 헐값에 해외로 수출되며, 업황 전반이 무너지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경기 부양책 내용 가운데 기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다는 내용이 담겼거든요.
이 같은 조치로 중국의 건설 시장이 다시 살아나며, 철강 업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최근 조성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한 기대감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상존합니다.
증시에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지만, 장기간 침체됐던 중국 실물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철강 ETF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별 사안으로 인해 업황 개선을 선행해 상승중인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정호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