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권 행사" vs "이란, 큰 실수"…중동 위기에 날뛰는 유가 [엔터프라이스]

입력 2024-10-02 17:32
수정 2024-10-02 17:32

현지시간 어제저녁, 이스라엘 하늘에는 200여 발의 탄도미사일이 쏟아졌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한 이란 측은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이에 불안감이 고조되며, 유가는 장중 5%대까지 치솟았는데요.

다만 중동 리스크에도 연말까지 유가가 하락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 짚어보겠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전면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며, 간밤 유가가 치솟았는데요.

추세적으로 보면 최근 들어 유가는 하락세지 않았습니까?

정 기자, 연말이면 감산 조치가 해제될 것이란 소식 때문이겠죠?


그렇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연말부터 내년까지 최대 100만 배럴을 증산할 것이란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겁니다.

최근 유가 흐름을 살펴보면요. 작년 9월 배럴당 93달러를 웃돌았던 유가는 일 년 새 20% 넘게 하락했거든요.

때문에 주요 산유국들이 모인 OPEC+는 원래 10월에 감산을 해제하려고 했는데, 12월까지 다시 연장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2022년부터 계속된 OPEC+의 감산 조치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 아래,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원유 패권' 때문인데요. 산유국하면 중동 국가들이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하지만 최대 산유국은 미국입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2,200만 배럴을 생산하며 2위 사우디에 비해 약 2배 많은 원유를 생산했는데요.

현재 사우디는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하며, 평균 890만 배럴만 생산 중입니다.

결국 계속된 감산에도 유가 방어는 안 되는데, 캐나다나 중국 등 OPEC+ 비가입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니 내부에서도 불만이 많은 상황입니다.

이를 고려해, 내년 연말까지 100만 배럴 증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 세 가지만 짚어보면요.

첫 번째는 처음 짚었던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전면전으로 격화될 경우, 이란을 비롯해 주변 산유국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고요.

두 번째는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인데요. 상해 지수를 보면 1년 3개월동안 하락한 걸 최근 5일 만에 만회했더라고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인데요.

내부 경기가 살아난다면, 석유 수요가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올겨울 한파로 인해 난방 수요가 늘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겨울은 연료 수요가 많은 계절이기도 합니다만, 올해는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며 연료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알겠습니다. 정 기자, 유가 불안정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점검해 봐야겠죠?


네, 사실 원유가 안 쓰이는 업종이 없긴 하지만, 가장 민감한 업종들 중심으로 살펴볼 텐데요.

두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겠습니다. 먼저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고, 여러 이유로 수요가 늘어나 유가가 상승한다면요.

S-Oil 같은 정유주의 실적엔 긍정적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유가가 오르면, 장부상 재고 평가액이 늘고요.

두 번째로, 원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정제 마진'이 일반적으로 유가와 정비례하는 만큼, 정유 기업들은 웃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한편 매출 원가 가운데,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해운사나 항공사 입장에선 유가 상승이 악재겠죠.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HMM과 대한항공은 조 단위의 돈을 연료비에 썼습니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유류비의 비중은 HMM이 약 18%, 대한항공은 약 34%였고요.

연료비 변동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팬오션 같은 경우 스왑계약을 맺기도 했지만요. 그만큼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고요.

반대로 유가가 하락한다면, 정유주 입장에선 아쉽지만, 해운사나 항공사 입장에선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 기자, 오늘 소식 어떻게 정리해 볼까요?


오늘 방송에선 기업의 이익 관점에서만 다뤘는데요. 우선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요.

우리 생활적으로 볼 때에는 이제 막 잡혀가는 물가에 다시 불을 붙일 수도 있죠.

탈무드에선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것'이라고 하는데, 반복되는 복수의 쳇바퀴에서 내려오길 바라면서요.

"반복되는 분쟁, 떨고 있는 시장…이제 멈춰!"로 마무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