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최근 4년간 국내외 민간 자산운용사에 지급한 위탁수수료가 9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금을 맡겨 얻은 수익률은 직접 투자해서 거둔 성적과 비교해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는 국민이 낸 연금보험료로 조성한 기금에서 떼어서 주는 비용으로, 수수료가 많으면 국민연금 기금수익률과 재정에 그만큼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의원실(조국혁신당)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국민연금 자산군별 위탁운용 수수료 현황'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이 2020∼2023년 지급한 국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위탁수수료는 총 8조9천310억원으로 약 9조원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1조3천749억원, 2021년 2조3천424억원, 2022년 2조7천293억원, 2023년 2조4천844억원 등이었다.
최근 4년간 위탁수수료를 자산군별로 보면 국내주식 6천423억원, 국내채권 1천238억원, 해외주식 1조5천261억원, 해외채권 1천797억원, 대체투자 6조4천591조원 등이었다.
대체투자 위탁수수료가 전체 위탁수수료의 72.3%에 이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의 위탁 운용 수익률은 수수료 비용이 전혀 없는 국민연금 자체 운용 수익률보다 못했다.
지난해 국민연금기금의 중장기 운용 방향과 기금운용 개선 방향을 연구·검토하고자 정부가 구성한 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 회의자료를 보면, 국내주식에서 위탁 운용 수익률은 국민연금 직접 운용 수익률보다 5년 평균으로 따져 1.41%포인트, 7년 평균 1.49%포인트, 10년 평균은 0.56%포인트가 각각 낮았다.
해외주식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연금의 직접 해외주식 투자수익률과 비교해서 5년, 7년, 10년 평균 위탁 운용 수익률은 1.51%포인트, 1.15%포인트, 1.42%포인트 각각 하회했다.
국내·해외채권 역시 위탁 운용 성과가 직접 운용 성과를 밑돌아 초과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르는데도 위탁 수익률이 저조한 데는 국민연금의 관리 부실이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사후 평가하지 않거나 평가하더라도 미흡하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등 위탁자금을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위탁 수익률 개선을 도모하려면 직접 운용이나 기준수익률(벤치마크·BM)보다 못한 실적을 지속해서 보인 위탁운용사는 퇴출하거나 위탁 금액을 감액하는 등 강력한 벌칙을 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실제로 위탁운용사의 실적이 좋지 않아 위탁자금을 적극적으로 회수하는 등 불이익을 주면 수익률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석윤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와 이찬진 변호사가 2016∼2021년 6년간 애초 위탁 금액보다 10% 이상 손실이나 이익을 본 위탁펀드를 상대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거나 회수한 후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자금회수 12개월 전에 벤치마크 대비해 -4.08%에 달했던 위탁펀드의 수익률이 자금회수 12개월 후에는 0.19%로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반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이후에는 위탁펀드의 성과가 오히려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