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예고에 세금 줄줄 새는데...입법 '지지부진'

입력 2024-09-28 09:55


온라인 '살인예고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처벌할 만한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 18일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기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게시글이 올라온 이튿날인 지난 19일부터 매일 현장에 수십명의 경비 인력을 투입하고, 범행 예고일인 지난 23일에는 경찰 기동순찰대와 자율방범대, 해병대전우회 등 120여 명과 장갑차까지 동원해 집중 순찰을 했다.

지난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는 글이 인터넷에 게시됏고, 24일에는 강원대학교 축제 기간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글을 SNS에 올린 20대 대학생 A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A씨는 "재미 삼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잇단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사회 분위기가 불안한 가운데 온라인 살인예고글이 줄을 잇자 정부와 국회에서 '공중협박죄' 신설이 추진됐지만,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공중협박죄 신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무차별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제21대 국회 당시인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같은 시기 법무부도 살인예고글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슷한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현재 살인예고글 작성자에게는 협박죄나 위계공무집행방해죄, 살인예비죄 등의 적용이 검토되지만, 해당 법규들은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인예고가 이뤄지는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적용이 까다롭다.

협박죄와 살인예비죄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해 살인예고글에 적용이 쉽지 않다. 살인예비죄는 범행 의도로 흉기를 구비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 정황까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 살인예고글 사건에는 위계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고 있다. 마땅히 처벌할 법규가 없어 경찰 및 공권력을 낭비하게 한 부분을 문제 삼아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다.

공중협박죄의 최고 형량은 징역 5년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와 같지만, 살인 예고로 인한 행정적 피해뿐 아니라 국민 불안을 야기한 측면에 대해서도 함께 다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중협박죄 신설 법안은 지난 5월 29일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제22대 국회가 문을 연 석 달여 동안 관련법 재발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살인예고글은 작성 자체가 너무나 손쉬운 것에 비해 야기하는 피해가 너무 크다"며 "관련 입법을 통해 이런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