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같은 극한호우...열대저압부 경로 바꿔

입력 2024-09-21 10:47


난데없는 가을 폭우가 찾아왔다.

전날부터 곳곳에 장마 때 같은 '극한호우'가 쏟아졌고 21일 오전 9시 현재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시간당 30~50㎜, 나머지 지역엔 시간당 10~30㎜ 호우가 내리고 있다.

경남 창원엔 이날 0시 20분부터 1시간 동안 비가 104.9㎜나 퍼부어 현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9월 1시간 강수량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충남 서산엔 20일 오후 10시 25분부터 1시간에 비가 99.1㎜가 내려 이곳 9월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수도권·전남·경북을 대상으로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전날부터 총 4차례나 발송됐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1시간 강수량 50㎜ 이상이면서 3시간 강수량 90㎜ 이상인 경우' 또는 '1시간 강수량 72㎜ 이상인 경우'에 읍면동 단위로 발송된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제주 한라산 삼각봉엔 총 501.5㎜ 비가 내렸다. 창원엔 20일부터 326.4㎜, 서산에 262.9㎜, 천안에 213.6㎜, 부산에 208.5㎜ 등 충남과 경남에 이틀간 200㎜ 넘는 비가 내렸다.

낙동강 유역 곳곳엔 홍수특보도 발령됐다.

서울은 20일부터 누적 강수량이 80.9㎜, 경기 수원은 141.5㎜, 인천은 70.6㎜, 강원 강릉은 139.3㎜, 대전은 159.1㎜, 세종은 126.3㎜, 충북 제천은 98.2㎜, 광주는 116.7㎜, 울산은 94.4㎜ 등이다.

섬과 해안을 중심으로 태풍이 지날 때처럼 강풍도 불었다.

전북 군산 말도에는 21일 오전 4시께 최대순간풍속이 29.7㎧(시속 약 107㎞)를 기록했다. 충남 예산 원효봉과 제주 한라산 삼각봉에서도 순간풍속이 시속 100㎞가 넘는 강풍이 불었다.

강한 비바람은 제14호 태풍 풀라산에서 약화한 열대저압부 경로가 달라져서다. 이 열대저압부는 애초 중국 내륙에서 서해로 다시 진출한 뒤 제주 남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중국 내륙의 건조공기에 막혀 예상보다 중국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고 방향을 바꿔 제주와 남해안 사이를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

열대저압부가 우리나라에 더 근접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과 함께 더 많은 고온다습한 공기를 공급했고, 이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강하게 충돌해 호우가 발생했다.

수도권과 강원내륙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충청과 호남은 저녁까지, 영남은 밤까지 강수가 계속될 전망이다.

강원동해안·강원산지·경북북동산지·경북북부동해안 등 백두대간 동쪽과 제주는 각각 22일 밤과 23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지겠다.

충남남부내륙과 충북, 전라동부, 경상서부내륙 등 일부 내륙지역은 22일 오후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