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에서 매물로…WSJ "퀄컴, 인텔 인수 제안"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4-09-21 07:48


미국 뉴욕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에도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의 변동성을 소화하며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은 핵심 제품인 아이폰16 출시에도 장 막판 미끄러지며 약보합에 그쳤다. 인텔은 퀄컴과 인수합병 논의가 있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급등하는 등 기술주 주요 기업이 장중 큰 등락을 보였다.

현지시간 20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09포인트, 0.19% 하락한 5,702.55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의 하락 여파에 65.66포인트, 0.36% 내린 1만 7,948.22에 그쳤다. 다우존스 지수는 월마트, 코카콜라, P&G 등 경기 방어주로 인해 39.17포인트, 0.09% 강보합권인 4만2,063.36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의 미국 경제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에도 시장은 전날 페덱스의 실적 악화와 추가적인 고용 악화로 인한 회의적인 전망을 이어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수석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연준의 50bp 인하는 중소기업의 고용 악화를 위한 방어 목적"이라며 "통상 통화 완화 이후 9개월간 시장은 강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트넷 전략가는 "월가는 연준이 앞서 나갔다고 보고 있다"며 "침체에 대한 헤지로 채권과 금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티펠의 배리 베니스터 전략가 역시 "일자리 증가의 둔화는 침체 위험이 여전하다는 의미"라며 "4분기까지 S&P500 지수가 5천선으로 조정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컨스텔레이션에너지가 마이크로소프트의 AI전력 공급 계약을 맺고 쓰리마일 섬의 핵발전소 운영을 재개한다는 발표에 22.3% 급등했고, 일라이릴리는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의 1일 1회 비만치료제의 임상 부진에 0.7% 올랐다. 배송비 인상과 수요 둔화로 어닝 쇼크를 기록한 페덱스는 이날 15% 급락한 254달러선을 기록했다.



● 파운드리 분할 나선 인텔..매각하려면 반독점 심사 거쳐야

인텔은 이날 장 막판 '최근 며칠간 퀄컴이 인수를 타진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장중 한때 9% 넘게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퀄컴이 인텔의 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성사시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인텔이 퀄컴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반독점 조사 대상으로 미 규제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인텔과 퀄컴은 해당 보도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고 있다.

퀄컴은 Arm 기반 반도체 설계 능력을 키워 인텔의 x86기반 기술의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가 독점한 인공지능 가속기 외에 모바일, PC 등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X엘리트 등으로 앞선 성능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미 정부의 후원 속에 파운드리까지 진출한 인텔은 올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주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가 이사회에서 논의 중인 주요 사안으로 파운드리 사업의 분할과 미 국방부로부터 30억 달러 자금 지원을 받는 등 사업 재편 계획을 밝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두 기업은 시가총액 기준 인텔이 940억 달러(약 125조 원 규모), 퀄컴은 1,873억 달러(약 250조 원)로 약 2배 규모의 차이를 보인다. 올들어 54% 가량 하락한 인텔은 이번 보도로 3.3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고, 퀄컴은 인수 자금 마련에 대한 우려로 2.89% 하락 마감했다.



● 애플 밋밋한 아이폰16 수요.."재판매 가격 전작보다 하락"

세계 최대기업 애플은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 등 주요 매장에서 아이폰16 시리즈의 전 세계 판매에 돌입했다. 현지시간 22일 애플의 핵심인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차한 애플 스토어에는 오전 7시 무렵 매년 신제품 출시 시점과 마찬가지로 대기자들이 늘어섰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폰15 시리즈와 비교해 매장을 에워싸던 인파는 절반정도로 줄었고,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사전 예약 규모도 전작보다 15% 가량 줄어드는 등 다소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애플 5번가 매장에 등장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테라 프리즘 렌즈를 적용한 카메라와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구매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팀 쿡 최고경영자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바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현장에 참석한 애플 수석 부사장은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지만, 판매 현장에서 해당 기능에 대해 명확한 언급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날 세 번째로 아이폰16 행사장에 입장한 한 구매자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건 실망스럽지만, 사진 보정과 고화질 슬로모션 등 매력적인 기능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이런 반응들과 달리 애플의 새로운 아이폰 출시 이후 '대규모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찾아올 거라던 월가의 전망은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오늘 아이폰16 재판매 가격을 추적한 결과 판매 개시 3시간 만에 가격이 하락했다"며 "오후들어 사막 색상의 아이폰16 프로맥스를 제외한 모든 모델의 재판매 거래가 멈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해 오후 많게는 34% 프리미엄이 붙었던 아이폰15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중국 수요에 대한 조심스런 견해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UBS의 데이비드 보그트 애널리스트 역시 "킬러 앱이 부재하고,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완성인 채로 출시해 수요를 저하시켰다"며 "슈퍼 사이클이 임박하지 않았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한다"고 전했다.

애플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한 에버코어ISI의 아밋 다리아니 애털리스트는 "미국과 일본에서 아이폰 전 모델, 중국에서는 프로맥스 모델이 주 초반보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애플 인텔리전스가 배포된 이후 점진적 판매량 회복을 기대한다"고 주장했고, 로젠블랫의 바튼 크로켓 역시 "AI 기능이 나오기 전까지 현재의 초기 수요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러한 월가의 평가 속에 애플 주가는 이날 0.29% 소폭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