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 조작한 이스라엘, 발각 우려에 폭발시켜 "

입력 2024-09-18 17:30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사용하는 무선호출기(삐삐)가 동시에 폭발해 3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에 작전을 감행한 것은 발각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세 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원래 이날 무선호출기를 폭발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당초 무선호출기 공격을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전의 시작을 알리는 기습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위치 추적과 표적 공격을 우려해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고, 많은 대원들이 호출기와 유선전화를 찾았다. 이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등을 심었다.

문제는 최근 헤즈볼라가 관련 작전을 눈치챌 수 있다는 우려가 이스라엘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중동 매체 '알모니터'가 처음 보도했다.

알모니터는 헤즈볼라 대원 두 명이 최근 며칠간 무선호출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은 16일 이 작전이 무산될 대해 몇시간에 걸쳐 논의했고, 결국 발각되기보다 당장 작전을 실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이스라엘이 공격 시점에 대해 "써먹지 않으면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또 이스라엘이 미국에 작전 착수 사실을 알렸고,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짚었다.

갈란트 장관이 공격 돌입 몇 분 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 전화로 곧 레바논에서 작전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다만 갈란트 장관은 구체적인 작전 내용은 알리지 않았고, 미국도 이를 심각한 통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작전에 대해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공방이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헤즈볼라는 1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언했다. 또 이와 별개로 국경지대에서 이스라엘과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