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위는 있었지만 특혜는 없었다"

입력 2024-09-12 15:18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공사 과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경호처 간부의 비위가 적발됐다.

또 이 과정에서 대통령 비서실과 행정안전부 등의 유관 기관들의 관리·감독이 허술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12일 감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며 이번 비위로 15억7천여만 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직권 남용과 국유재산법 위반 의혹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즉 일각에서 제기한 김건희 여사의 개입 의혹 등 위법 행위 정황에 대해선 선을 그은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탄 창호 설치 공사 사업의 책임자였던 대통령실 경호처 간부 A씨는 친분이 깊은 브로커 B씨를 공사의 실질적 사업 관리자로 선정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이 소개한 민간 공사업체와 경호처, 행정안전부 간 3차례 수의계약 과정에서 실제 비용보다 5배 이상 부풀린 견적 금액을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부풀린 견적액이 최저가인 것처럼 속였고 경호처 간부 A씨는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다.

방탄 창호 설치 공사 총사업 금액 20억4천만 원 가운데 방탄유리·창틀·필름 제작·설치에 업체 이윤을 포함해 들어간 실제 비용은 4억7천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B씨는 또 배우자 명의로 설립한 서류상의 회사를 통해 15억7천만 원을 계약 알선 등의 대가로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계약과 별개로 A씨가 경호 청사 이전 과정에서 예산에 편성되지 않은 공사를 계약 외로 추진하는 등의 비위 행위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비 마련을 위해 다른 사업의 공사비를 부풀리고 직무 관련자에게 공사비 대납을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경호처에 A씨에 대한 파면을 요구, A씨는 현재 직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또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 현재 A씨와 B씨, 시공업체 사업·계약 담당자 C씨 등 3명은 별도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저 보수에서 국가 계약 및 건설 공사 관련 법령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행안부는 집무실 이전 공사와 관련해 공사비 정산 업무 소홀로 업체 2곳에 공사비 약 3억2천만 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관저 보수 공사에서 무자격 업체 19곳이 하도급을 맡은 사례에 대한 대통령 비서실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을 제기하며 주의를 요구했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담팀(TF)부터 집무실·관저 이전 사업을 총괄한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의 관리·감독 책임도 지적, 향후 인사혁신처가 공직 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하도록 인사 자료를 보내라고 비서실에 통보했다.

행안부에는 집무실 이전 공사와 관련해 업체에 과다하게 지급된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하고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경호처에는 A씨의 상급자로서 계약 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현 이사관에게 주의를 촉구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관련 특혜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통령실 이전 추진 과정에서 사업의 시급성, 보안성 등으로 인해 빚어진 절차상 미비점에 대해 점검 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취임 이후 대선에서 공약한 대로 집무실과 관저를 차례로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이에 같은 해 10월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면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