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울 집값, 2021년 고점의 90%...내년까지 과열 가능성"

입력 2024-09-12 16:33
수정 2024-09-12 16:34
한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높아질 것"


한국은행이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가계부채비율도 현재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대출 바탕의 집값 상승이 금융·경기의 변동성을 키우고 소비를 제약하는 만큼, 향후 기준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 중요 변수로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가가 목표수준인 2%대로 수렴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환율도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이 통화정책 전환의 위협요소라는 것이다.

한은은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 부문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 5월 이후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 비율 등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현재 92.1%로, OECD 31개국 중 4번째로 높다. 금융권 가계대출이 월 5조~6조원씩 증가한다고 전제하면 가계부채 비율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8월 가계대출이 9조원 넘게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부채비율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했다.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7월 현재 1.11로 '고평가(0.5~1.5)' 단계에서 재상승해 과열 단계(1.5 이상)에 근접하는 추세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의 상황을 주택가격 상승기로 진단하고, 과거 수도권 주택가격 확장기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기는 총 네 차례(2001∼2003년·2005∼2008년·2015∼2018년·2020∼2021년)로 구분할 수 있다.

당시 공통적으로 나타난 ‘주택거래량 큰 폭 증가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현상도 최근(2024년 5월 이후) 관찰되고 있다는게 한은의 진단이다.

과거 대체로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거시건전성 규제가 완화적인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기가 시작됐다.

최근에도 서울 등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비(比)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 금리인하 기대 등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 정책금융 확대 등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주택가격 상승은 이론적으로 건설투자나 부(富)의 효과 등과 함께 경기를 진작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과 건물투자 간 연계성이 크지 않고 높은 가계부채비율 등으로 부의 효과도 제한적이라 경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집값과 소득 등 경제 펀더멘탈(기초여건)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제의 변동성만 키우고,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선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와 불안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병존하는 등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주택가격 수준이 크게 높고 투자수요보다 실수요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는데다, 정부의 공급 확대와 2단계 스트레스 DSR 같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의 효과도 점차 나타나면서 내년 이후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그 전자다.

한편에서는 거시건전성 규제의 효과가 불확실하고 수급불균형 우려도 상존하고 있기 떄문에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한은은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는 주택공급, 거시건전성규제,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받는 만큼 최근의 확장세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주체들에게 이러한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조치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강화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