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지난 주 올해 최악의 하락장을 만회하는 반등을 기록했다. 시장의 방향을 바꿀 뚜렷한 재료가 부족한 가운데 오는 1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지시간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요 지수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63포인트, 1.16% 오른 5,471.05선에 올랐고, 나스닥은 193.77포인트, 1.16% 상승한 1만 6,884.6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84.18포인트, 1.20% 뛴 4만 829.59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덜어내면서 변동성지수는 13% 가량 내린 19.45로 낮아졌다. 다만 일본 엔화가 143.36엔으로 강세를 이어가며 잠재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불확실성은 계속됐다.
현지시간 월요일인 이날 시장의 방향을 바꿀 무게감있는 지표는 나오지 않았다. 미 상무부가 공개한 7월 도매 재고는 전월보다 0.2% 늘어 예비치보다 0.1%포인트 낮았다. 도매 판매 대비 재고 비율은 1.35포인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8보다 낮아졌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 불확실성을 우려해 재고 투자를 소폭 줄였으나 지표 악화로 보일 정도의 균형을 깨지 않은 기록에 해당한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도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에 앞서 물가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덜게 됐다. 뉴욕 연은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0%, 5년 이상 장기 기대 물가상승률은 2.8%로 나타났다. 식료품과 대학 등록금은 완만한 반면 임대료와 의료비가 여전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시장은 오는 11일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공개할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나타났던 시장 반응은 신중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기준 25bp(0.25%포인트) 인하가능성은 71%까지 높아졌다. 블랙록의 제프리 로젠버그는 "연준이 50bp(0.5%포인트) 인하하면 오히려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연준의 빅컷(0.5%포인트 인하) 기대를 낮췄다.모건스탠리도 이번 고용지표가 경기 사이클 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연준이 25bp 인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시장을 주도한 기술주가 아닌 펀더멘털이 탄탄한 경기방어주가 하반기 유망한 주식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애플 신형 아이폰16 공개…AI 기능은 미완성
엔비디아가. 이날 3.5% 오르는 등 반도체와 대다수 종목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이날 애플과 알파벳은 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애플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후 1시, 핵심 제품인 아이폰의 새로운 모델, 아이폰16을 공개했음에도 약 1시간여에 걸쳐 주가가 오히려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중 2% 가까이 하락하던 애플은 막판 반등해 0.04% 강보합에서 거래를 마쳤다.
애플은 현지시간 9일 샌프란시스코 본사와 온라인으로 아이폰16 시리즈 4종과 에어팟 4세대, 애플 워치 10번째 모델을 공개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인공지능 전략에 맞춰 설계한 첫 아이폰"이라고 밝혔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지원하는 아이폰16 프로모델은 기본형 6.3인치, 프로맥스 6.9인치로 화면 크기를 키웠고 마감 색상에 연한 갈색의 '데저트'가 추가됐다.
핵심인 A18프로 프로세서는 3나노미터급으로 설계해 AI워크로드를 지원하게 된다. 16코어의 뉴럴엔진을 탑재하고 시스템 메모리 대역폭을 17% 늘리는 등 더 빠르고 효율적인 연산과 추론 성능을 갖췄다. 또한 4800만화소 카메라와 5배 줌, 4K 동영상을 초당 120프레임으로 캡처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기기 성능은 현존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강력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애플 인텔리전스는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애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다음달 부터 문자를 통한 문자 알림을 간단히 요약하는 정도의 기능을 쓸 수 있는 정도다. 아이폰16에 새로 도입한 옆면 버튼을 통해 AI를 호출해 주변 정보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거나, 자동 이메일, 이미지 생성 등의 기능을 모두 담은 기능은 순차 배포될 예정이다. 지원 언어의 한계도 있는데 영어권 사용자들은 올해말까지 내년에 중국어, 일본, 스페인어 등이 지원되고 한국어는 포함 여부는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 애플 발표에 대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순차 공개되기에 이번 디자인 변경은 교체 수요를 자극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고 전했다. 반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 이후부터 내놓은 '대규모 교체 사이클'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도 1년에서 1년반에 걸친 기기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고, 웨드부스의 댄 아이브스도 이날 '역대 최대 규모의 기기 교체가 예상된다'면서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 285달러를 유지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16은 미 동부시간 기준 오는 13일부터 사전 예약을 시작해 이달 20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착용품질을 개선한 에어팟4세대와 화면크기를 키우고 수면무호흡증 관리 기능을 갖춘 10번째 애플워치는 이날부터 미리 예약을 밭아 20일 일반 공개에 들어간다.
● 기술주 체면 살린 오라클…S&P500 편입 팔란티어·델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S&P500지수 편입 확정에 이날 14% 강세를 보였다. 팔란티어와 델 테크놀로지는 오는 23일 아메리칸 항공과 엣시(Etsy)를 대신해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다. 씨티그룹은 델에 대해 "범용 인프라 수요가 살아나고 PC 교체 주기가 예상된다"며 목표가 160달러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델 주가도 이날 이런 소식에 3.8% 상승했다.
데이터베이스 기업인 오라클은 이날 장 마감 이후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오라클은 2025회계연도 1분기 기준 조정 주당순익은 1.39달러로 예상 1.33달러를 상회했다. 매출액 역시 133억 1천만 달러로 예상치 132억 6천만 달러보다 높았다. 사프라 카츠 최고경영자는 "강력한 수주 잔고로 인해 이번 회계연도 내내 매출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라클은 시간외 거래에서 오후 6시 50분 현재 약 8.8%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아쉬케나지 전임 최고재무책임자 후임으로 루카스 몬타스 수석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회사의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보잉은 지난 주말 사이 노사간 4년간 임금 25% 인상과 시애틀에서 차기 항공기 제작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3%가량 올랐다.
한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67% 오른 68.80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71.8달러선에서 움직였다. 국제 금 가격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기준 전 거래일보다 0.41% 상승한 2,535달러선에 거래됐다. 시장 전반이 반등했지만 국제유가에 대해선 월가의 부정적 전망이 이어졌다. 모건 스탠리는 "최근 국제유가가 불황 시기와 같은 재고 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브렌트유 기준으로 오는 4분기 평균 75달러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