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다양성지수 올랐지만 여성고용 제자리

입력 2024-09-10 06:22


국내 대기업들의 여성 고용 비중은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위민인이노베이션(WIN)과 함께 조사해 발표한 '국내 기업 다양성지수'에 따르면 다양성 지수는 자본시장법 개정 전인 지난 2019년 51.7점에서 올해 54.7점으로 3점(5.8%)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2019∼2024년)를 제출하는 353곳을 대상으로 남녀 고용 비율, 근속연수 차이, 연봉 차이, 남녀 임원 비중, 등기임원 내 남녀 비중, 고위 임원 남녀 비중 등 6개 항목을 평가했다. 결산 기준으로는 2018∼2023년이다.

지난 2020년 개정돼 2022년 8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성 임원 비중은 2019년 3.9%에서 올해 7.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여성 임원 비중이 7%를 돌파하기는 올해가 처음으로, 이는 다양성 지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여성 등기임원 비율은 같은 기간 2.9%에서 11.3%로 늘었다.

다만 기업 내 여성 직원 비중은 변동이 없었다. 6개 평가항목 중 개선이 가장 더딘 부분으로 지목됐다.

조 대상 기업들의 여성 직원 수는 2019년 34만651명으로 전체 직원(130만571명)의 26.2%였다.

이후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2년에 각각 26.4%, 25.1%, 25.5%로 점차 축소됐다. 여성 직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통·생활용품 업종에서 인력을 줄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여성 직원 비중은 26.2%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2019년과 같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된 것과 비교하면 여성 직원 고용률은 낮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남녀 근속연수 차이 및 연봉 격차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개선되고 있지만, 여성의 근속연수와 연봉은 여전히 남성의 60∼7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설명했다.

남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19년 11.3년에서 2024년 11.6년으로 길어진 반면, 여성 직원은 8.1년에서 8.7년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과 여성 직원의 평균근속연수 격차는 3.2년에서 2.9년으로 줄었다.

또 평균 연봉은 남성 직원이 8천360만원에서 1억160만원으로 19.4% 늘었고, 여성 직원은 5천290만원에서 6천980만원으로 27.1% 상승했다.

서지희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여성 임원 증가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여성 임원 후보자를 양성하기 위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