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업 시에도 문제 일으키는 미처분이익잉여금

입력 2024-09-05 10:17
눈에 띄지 않는 형태의 미처분이익잉여금
정리 않으면 폐업이나 인수합병시에도 문제
전문가와 상의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
법인은 개인사업과 달리 영업활동 외에 신경 쓸 문제가 많다. 회계 처리 과정이나 세무리스크 항목도 살펴봐야 한다.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도, 이익금을 무작정 쌓아두는 것도 법인 회계상 문제가 될 수 있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법인의 영업활동과 비영업활동의 손익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기업에 누적된 이익금을 뜻한다. 회사의 실적을 높이고 당기순이익을 증가시키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배당이나 상여 등 출구전략을 활용해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 회사의 순자산가치와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높인다. 높아진 기업 가치는 가업상속 시 상속·증여세를 증가시키고, 회사를 폐업할 때도 주주배당으로 간주되어 과도한 세금이 부과된다.

제약회사인 K사의 진 대표는 은퇴를 준비하며 배우자와 귀향을 결정지었다. 진 대표 부부에게는 자녀가 없고 기업을 승계할 만한 인재가 없어 폐업을 고려했지만, 30억 원에 달하는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인해 진행되지 못했다. 거래 세무사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폐업 시 주주배당으로 간주되어 세금 부담이 클 것을 경고했다. 결국 진 대표는 은퇴 일정을 미루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해야 했다.

위 사례처럼 미처분이익잉여금은 폐업이나 청산 시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폐업 시 비상장주식은 주주배당으로 간주되어 여러 가지 세금을 납부해야 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매각하려고 해도 장기간 누적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부실자산으로 간주되어 인수합병이 불발될 수 있다.

더욱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시설투자,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존재하기도 해 대표이사가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특히 중소기업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을 마련하고 싶어 한다. 또 과세당국은 미처분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세 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기에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횡령 및 배임죄로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비용 활용이다. 기업에 현금성 자산이 풍부할 경우 대표의 급여 인상과 성과급 지급, 배당을 통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하는 것이다. 반면 기업에 현금성 자산이 적다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편입해 새롭게 주식을 발행한 후 배당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경우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자본금 증가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직무발명보상제도의 활용, 특허권 자본화가 있다. 특허권 자본화는 미처분이익잉여금 외에도 가지급금을 처리하고 은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미처분이익잉여금의 특성상 무리하게 정리하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업 상황에 맞는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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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 라동기, 김을회/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위 칼럼은 작성자의 전문적인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