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의 여성 앞세운 트럼프 지지 계정…알고보니 '가짜'

입력 2024-08-29 12:09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짜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영국 비정부기구(NGO) 정보탄력성센터(CIR)와 공동 디지털 조사를 벌여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가짜 엑스 계정 56개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계정은 젊고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여성들의 사진을 사용했는데, 일부는 도용한 것이었고, 일부는 AI(인공지능)가 생성한 것이었다.

CNN은 가짜 계정이 독일과 네덜란드, 덴마크, 러시아 등에서 활동하는 패션 및 뷰티 인플루언서 17명의 사진을 도용해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자신을 위스콘신 출신의 32세 여성이라고 소개한 루나는 올해 3월 엑스(@Luna_2K24)에 가입한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홍보하며 3만명의 팔로워를 확보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가적인 암살 시도에 직면해 있다는 등의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펼쳤고, LGBTQ(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 백신에 반대하고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글을 다수 올렸다.

그는 지난달 흰색 비키니를 입고 해변에서 찍은 셀카를 공유하면서 "트럼프가 영원히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지지하겠느냐"는 글을 올렸는데 조회수는 5만4천명에 달했다.

하지만 루나는 실제 인물이 아니었다. 계정에 게재된 사진 속 갈색 머리 여성은 미국 투표권이 없는 독일의 패션 인플루언서 데비 네더로프였다.

그는 친트럼프 가짜 계정에 자신이 온라인에 올렸던 사진들이 쓰였다는 사실에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분개했다.

피해 여성들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사진이 동의 없이 사용되거나 신원이 도용되는 일이 발생해 신고를 해도 SNS 기업이 조치를 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엑스는 CNN이 기사를 발행하기 전 24시간 동안 문제가 된 계정 대부분을 삭제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짜 계정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든 계정이 아름답고 젊은 여성의 사진을 사용하면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MAGAPatriots(마가 애국자), #MAGA2024, #IFBAP(나는 모든 애국자를 지지한다)와 같은 공통된 해시태그를 사용했는데 이런 체계적인 패턴으로 미뤄볼 때 조직적 생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보도했다.

이들 계정에서는 영어에서 문법적 오류가 발견됐고, 오류가 있는 메시지가 다른 계정에서도 발견되는데 전문가들은 외국이 개입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에밀리 혼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SNS를 이용해 허위 정보 캠페인을 시도한 여러 국가의 조직들이 있었다면서, 가짜 계정의 배후와 관련해서도 "이것은 국가 행위자일 수 있다. 정교함의 수준을 보면 러시아, 이란, 중국을 포함한 적대국 행위자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