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공급 우려 지울까…엔비디아 실적 관전 포인트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4-08-28 07:59
수정 2024-08-28 08:03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2분기(올해 5월~7월)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기술주와 주요 지수가 강한 관망세를 기록했다. 지난주와 달리 시장 흐름과 금리 전망에 영향을 줄 무게감있는 지표는 이틀째 부재한 가운데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없이 횡보했다.

현지시간 2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주요 3대 지수는 개장초 다소 변동을 보였으나 마감 기준으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96포인트, 0.16% 오른 5,625.8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9.06포인트, 0.16% 상승한 1만 7,754.82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9.98포인트, 0.02%로 전날과 비슷한 4만 1,250.50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음 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가격은 트로이온스당 0.2% 상승한 2,560.30달러로 강세를 지켰다. 이날 오전에 나온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는 8월 기준 103.3으로 전월 101.9에서 상승해 6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한 번 침체 우려를 덜어낸 지표와 시장의 숨고르기 속에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1.1bp 오른 3.829%를 기록했다.



● 다시 다가온 '엔비디아의 날'…블랙웰·가이던스가 관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공지능(AI) 열풍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번주 실적을 앞두고 큰 변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1.46% 올라 반도체 업종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제 지수(+1.1%)와 나스닥 상승의 바탕이 됐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실적에서 현재의 3조 달러 이상의 시가총액을 정당화해온 기록적인 매출을 또 한 번 보여줘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엔비디아는 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H100, H200 제품군과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춘 H20 등으로 지난 2025회계연도 1분기(올해 2월~4월) 매출 260억 달러의 사상 최고기록을 썼다. 시가총액은 현재 약 3조 1,550억 달러로 2022년말 대비 약 9배, 올해 들어 3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 들어 한때 세계 최대 기업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6월 이후 상승폭이 둔화한 뒤로 최고점 대비 약 6% 하락한 가격에서 움직이고 있다.

월가는 이번 실적에 앞서 AI 서버 수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모델 훈련과 대규모 워크로드를 위해 투자확대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는 영상 삭제로 곤혹을 치른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학회 비공개 강연에서 "거대 기술기업들이 엔비디아 기반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200억, 500억, 1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이 돈이 다 엔비디아로 간다면 주식시장에서 뭘 해야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엔비디아에 대한 주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평균은 전년대비 112% 성장한 287억 달러 수준이다. 월가는 엔비디아의 성장 속도는 낮아져도 이번 분기를 포함 4분기 연속 세 자릿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기존 호퍼 아키텍처를 넘어설 블랙웰의 공급 규모와 이달을 포함한 오는 10월까지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 대한 엔비디아의 가이던스다. 이달 초 더인포메이션은 이달 초 엔비디아의 블랙웰 아키텍처가 설계 결함 등 생산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해 대규모 출하가 2025년 1분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 시장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의 토시야 하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15일 보고서에서 "블랙웰의 지연이 알려진 뒤 펀더멘털에 단기적인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지만, 향후 몇 주 동안 공급망 지표와 경영진 논평으로 내년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확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블랙웰의 2분기 영향은 없고, 3분기 물량도 제한적으로 호퍼 플랫폼과 기타 제품 출하로 만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랙웰 지연의 영향은 오는 4분기(11월~내년 1월)와 다음 1분기(내년 2월~4월)로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매출 영향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전망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할렌 서 애널리스트는 비중 확대 의견이지만 "블랙웰의 쇼크에 앞서 AI 종목에 대한 다각화 움직임이 있었다"면서 "설비 투자와 모델 최적화 등의 영향 아래 지난해 하반기 보여준 주가 횡보를 재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월가 애널리스트 상당수는 매수 의견과 목표가 상향을 이어왔다. HSBC는 "엔비디아가 하반기에 호퍼 H200을 늘리기 위해 블랙웰 GPU 할당량을 줄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목표가를 기존 135달러에서 145달러로 높였고, 모건스탠리도 H200의 수요와 H20 중국 매출이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목표가 144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를 최선호 20개 종목으로 추천했고, 골드만삭스는 목표가 135달러에 '매수 확신'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월가의 현재 평가 기준 오는 11월 3분기 실적에서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치가 전년대비 75% 성장한 317억 달러를 밑돌 경우 AI 거품에 대한 회의론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제프리스는 "서프라이즈 폭은 작아질 수 있지만 향후 몇 분기 지속해 기대 상회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여전히 낙관론을 펴고 있다.



● 서버 제조사 흔든 공매도 보고서…슈퍼마이크로 하락

엔비디아에 집중된 시장 분위기 속에 주요 파트너인 슈퍼마이크로 컴퓨터는 공매도 전문기관인 힌덴버그의 표적이 됐다. 힌덴버그는 이날 보고서에서 슈퍼마이크로가 2020년 회계 스캔들 이후 관련 임원들을 복직시켰고 내부 통제, 수익 인식에서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슈퍼마이크로측은 "루머나 추측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서버 장비 제조 업체에 대한 시장의 우려 속에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주가는 이날 2.64% 내렸다.

미국 최대 제약업체인 일라이릴리는 소비자 수요를 따라잡기 힘든 비만 치료제 공급을 늘리기 위해 자동주사제가 아닌 4주간 직접 주사를 놓을 수 있는 2.5mg과 5mg 용량의 바이알을 직접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주가는 0.45% 상승했다. 화이자도 '화이자 포 올 (PfizerForAll)'이라는 직판 플랫폼을 공개했으나 주가는 0.35% 내렸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에드가 프론프먼 주니어 전 워너뮤직 회장의 입찰 포기 이후 내달 5일까지 매각이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7.15% 내렸다. 반면 넷플릭스는 지배적인 점유율로 구독료 인상 여력이 있다는 에버코어ISI의 평가로 1.06%, 소니그룹은 콘솔 게임기 가격 인상에 뉴욕 증시에서 3.51%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