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응급실 대란' 우려…"환자 불편 불가피"

입력 2024-08-25 07:35


6개월 이상 의료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실이 추석 연휴 기간에는 포화 상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게는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2년 추석 연휴(9월 9∼12일)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66곳의 환자 내원 건수는 약 9만건으로, 하루 평균 약 2만3천건꼴이었다.

날짜별로 보면 명절 당일(2만5천건)과 그다음 날(2만4천건)에 응급의료센터 이용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평상시 평일의 1.9배 수준이다.

소방청 기록을 봐도 그해 추석 연휴 119를 통한 상담은 하루 평균 6천926건 이뤄졌다. 이는 평상시 하루 평균 상담 건수(4천980건)의 약 1.4배 수준이었다.

환자가 급증해도 대부분은 경증일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연휴 응급의료센터에서 집계된 질환은 얕은 손상(1천536건), 염좌(907건), 감기(817건), 두드러기(707건) 등의 순으로 많았다. 연휴 기간 이들 질환은 평상시의 200%에 가까운 비율로 급증했다.

사고로 인한 응급실 방문도 증가했다.

연평균 발생량과 비교했을 때 추석 연휴에는 화상이 3배, 관통상이 2.4배, 교통사고가 1.5배까지 증가했다.

다만 연휴라고 해서 사고에 따른 중증 환자가 확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 교수는 "추석에는 쏟아지는 환자의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을 앓는다"며 "본인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문 연 병원이 없으니 응급실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증 환자가 주로 는다지만, 예년보다 응급실 의사 수가 줄었다는 게 문제다.

복지부에 따르면 8월 셋째 주 현재 응급실 평균 내원 환자 수는 1만9천784명으로, 의료 공백 이전 평상시의 111% 수준이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온열질환자 급증으로 평상시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아진 반면에 계속되는 의료 공백 상황에서 과로 등으로 응급실을 떠나는 의사는 늘었다.

서울 서남권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이화여대목동병원의 남궁인 응급의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전공의들이 다 사직한 상황에서 전문의들도 여러 명 나갔다"며 "하루 60명 정도를 진료하는 권역센터에서 당직 시 나 혼자 근무한다"고 전했다.

남궁 교수는 "명절에는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아 환자가 많게는 40∼50% 증가하고 할 텐데, 환자 불편과 대란이 예고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응급의학 교수는 "어떤 경우에서건 의사들은 중증 환자를 먼저 보기 때문에 환자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경증 환자를 아예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별것 아닌 증상도 큰 병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경증 환자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경증인 경우에는 오래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