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 야구계 꿈의 무대로서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 정상에 도전한다.
교토국제고는 21일 일보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아오모리야마다 고교와의 여름 고시엔 본선 준결승전에서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회 말 2점을 먼저 내주면서 끌려갔던 교토국제고는 6회 초 연속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하세가와 하야테의 우전 안타로 동점을 만든 뒤 투수 앞 땅볼로 1점을 보태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왼손 투수 니시무라 잇키가 5회부터 등판, 9회 말까지 5이닝 동안 아오모리야마다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으며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올해 2학년인 니시무라는 이번 대회 본선 2차전과 8강전에서 연속 완봉승을 거두는 등 이날 경기까지 이번 대회 23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 본선 1차전에서 7-3, 2, 3차전에서 각각 4-0으로 승리, 본선인 8강에서도 4-0으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교토국제학원이 운영하는 교토국제고는 현재 중·고교생 모두 더해 160명에 불과한 한국계 학교로, 재적 학생의 65%는 일본인, 한국계는 30% 정도이다.
재일 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지난 1947년에 세운 교토조선중학교를 모태로,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지금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입학생이 갈수록 줄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야구부를 창단, 지난 1999년 일본 고교야구연맹에 가입했으며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61명에 이른다.
이 같은 짧은 역사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해마다 '꿈의 무대'인 여름 고시엔에 진출, 지난 2021년 처음으로 4강에 오른 데 이어 3년 만에 결승까지 오르면서 일본 내에서도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일본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 되면서 국내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시엔에서는 출전하는 모든 학교의 교가가 연주되며 NHK는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교토와 (패배한 아오모리)야마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당당히 싸우겠다"는 승리 소감과 함께 결승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교토국제고는 오는 23일 간토다이이치고와 우승컵을 놓고 대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