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해안에서 7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영국 선적 호화요트 '바이에시안'호 침몰 사고의 원인 추정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 요트 침몰 사고로 탑승객 22명(승객 12명·승무원 10명) 중 15명이 구조됐지만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에는 '영국의 빌 게이츠'라 불린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의 창업자 마이크 린치와 그의 10대 딸도 포함됐다.
이틀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고는 기후변화로 흔해진 '바다의 토네이도' 용오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과 함께 기상이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용오름은 소용돌이치는 물기둥으로 기상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바이에시안호가 침몰하기 전 폭풍과 함께 용오름이 나타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이 배가 강력한 용오름이 강타해 전복되며 침몰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 용오름에 높이 75m의 대형 돛대가 부러지고, 열린 해치(사람 출입이나 화물 운반을 위한 갑판의 구멍)를 통해 바닷물이 들어가 요트가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 인근에 정박해 있던 다른 요트의 선장 카스텐 보너는 당시 "매우 강한 허리케인 돌풍이 있었다"며 "바이에시안호의 돛대가 구부러지며 부러지는 것을 봤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런 물기둥은 사고 당일 이탈리아 앞바다에서만 18개 나타났다. 바닷물이 따뜻해지면서 이는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칠리아를 둘러싼 서부 지중해는 6월 중순부터 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고,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섭씨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 20년간 이맘때 평균보다 4도 높은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바다에서 용오름 같은 기상 이변이 흔해진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더위에 배의 통풍을 위해 밤새 해치와 창문을 열어 놓은 것이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침몰 전날 기온은 약 33도까지 올라갔다. 바이에시안호의 해치가 열려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침수되며 가라앉았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유럽 잡지 '세일링 투데이'의 편집자 샘 제퍼슨은 "날씨가 뜨거워 모든 문이 열려 있었고 이 때문에 바닷물이 (요트에) 매우 빨리 차며 그렇게 가라앉은 것 같다"고 말했다.
루카 메르칼리 이탈리아 기상학회장은 기상 경보를 고려해 요트 승무원들이 승객을 깨우고 구명조끼를 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검찰이 사고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영국 해양조사국도 현장에 조사관을 파견해 현지 검찰의 수사를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