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끝나지 않은 티메프 사태…이커머스 '계약불이행' 매년 늘었다

입력 2024-08-21 15:20


대규모 판매 대금 지연 사태를 빚은 이른바 '티메프 사태' 피해자 구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이커머스의 계약불이행이 급증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경제TV가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쿠팡, 배달의민족, 네이버, 11번가, 인터파크, 티몬 등 국내 이커머스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해마다 늘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380건, 2021년 1564건, 2022년 1654건, 2023년 1808건이 접수됐다. 3년 전인 2020년 대비 31.01%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279건이 접수돼 지난해 전체 신청 건의 70%를 넘었다. 최근 5년여 간 유형 별로는 품질(2160건), 청약철회(1818건), 계약불이행(1266건)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규모 미정산으로 티몬과 위메프에서 주문한 물건이 제대로 배송되지 않거나 청약 철회 등을 요청했으나 대금 환급이 이뤄지지 않은 '티메프 사태'의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었던 셈이다. 티몬과 위메프 외에도 최근 가구·가전 제품 등을 판매하는 알렛츠가 일방적으로 영업 종료를 공지한 사례가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부채가 많아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해외 이커머스도 마찬가지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여 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주요 해외 이커머스 관련 피해가 구제 신청 건수는 1973건에 달했다. 2020년 88건에서 2021년 135건, 2022년 229건, 2023년 681건으로 국내 이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증가세다. 올해 들어서도 6월까지 840건이 접수됐다.

신청 이유는 취소·환급·교환 지연 및 거부가 685건으로 가장 많았고, 배송이 되지 않거나 잘못 배송되는 배송 관련이 575건으로 뒤를 이었다. 제품 및 품질 하자 관련 건도 338건에 달했다. 국내 이커머스와 마찬가지로 계약불이행도 82건으로 집계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는 '가격을 지불하면 제품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바탕인 만큼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티메프 사태로 중소 이커머스에서 '제2의 티메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를 돕기 위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에 나선다. 현재까지 파악된 티메프 사태 피해액은 1조3000억원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여행·숙박·항공·상품권 분야에 대한 집단 분쟁조정도 추진하는 등 '제2의 티메프'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내외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피해구제 접수 추이가 증가하고 있다"며 "티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산업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점검 및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