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이른바 '관세 폭탄' 기조가 다소 누그러진 듯한 분위기다.
현지 시각으로 20일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확정관세 결정 초안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추가 관세율은 17.0∼36.3%p로 가닥이 잡혔다.
이는 앞서 지난 6월 예고했던 최고 추가 관세율 38.1%p를 지난달 0.5%p 낮춘 데 이어 또 다시 소폭 낮춘 수치로, 이 같은 계획이 확정되면 기존 일반 관세 10%을 더한 최종 관세율은 27.0∼46.3%가 된다.
이에 EU 전문매체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오늘의 (확정관세율) 사전 공개는 이해 관계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절차 중 하나"라며 "최종 정치적 결정은 내리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중국 정부와 효과적이면서도 세계무역기구(WTO)에 합치하는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열린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관세율 인상이 경제적 이해 관계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와 결부된 정치적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타협 여지가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질 대변인은 다만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WTO에 합치되면서 불법(illegal) 보조금 이슈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건 중국의 몫"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EU는 지난달 5일부터 시작된 임시 성격의 잠정 관세 부과도 소급 적용에 관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EU의 이 같은 기조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EU의 고율관세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중국 정부가 EU산 브랜디와 돼지고기 수출에 대한 반덤핑 조사 등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중국 상무부는 EU의 전기차 관세 부과와 관련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WTO에 EU를 제소하는가 하면 중국 자동차 시장 의존도가 높은 독일에 접근해 관세 인하를 제안하는 등 EU의 결속을 흔들기도 했다.
AFP 통신은 이날 중국 상무부가 "중국은 (상계관세 부과에) 강력히 반대하며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EU가 이성적이고 실용적 태도로 중국 측과 협력함으로써 무역 마찰 심화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확정관세 초안은 27개국 투표를 거쳐 오는 10월 30일 전까지 관보 게재될 예정이며 이후 5년 동안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