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자사 우대' 다른 해석…"플랫폼 규제, 지나치면 부작용"

입력 2024-08-21 13:09
수정 2024-08-21 13:37
KDI,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를 지나치게 규제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플랫폼이 배치 우대를 통해 자사상품이나 이해관계를 갖는 타사상품의 수요를 키우면 가격과 품질 면에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쿠팡이 PB 제품을 검색순위 상단에 올리는 '자사 우대'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보고 이를 규제하려는 경쟁 당국는 입장과는 엇갈린 해석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동원 후기 작성 등의 행위에 대해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결정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ID)은 21일 '온라인 플랫폼의 자사우대에 대한 경쟁정책 방향'에서 "플랫폼의 자사상품 판매나 자사우대 행위는 효율성 증진 효과를 가지므로 일률적으로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사전적으로 자사우대 행위를 금지하다간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자사우대는 기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와 마찬가지로 합리의 원칙(rule of reason)을 적용해 부당한 경우에만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설사 경쟁제한이 있더라도 긍정적인 효율성 효과와 적절한 비교형량이 필요하며, 현행 사후 규율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다만 경쟁법 집행 과정에서 플랫폼의 눈에 띄는 배치 우대 행위는 보안 유지나 프라이버시 보호 등 기술적인 이유로 정당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 규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외부에서 관찰 불가능한 알고리즘이나 비공개 데이터가 연관돼 있다면 경쟁제한성 입증은 물론, 존재 여부에 대한 판단부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에 대해 현행법을 통해 적시에 개입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 집행의 적시성과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배경이다.

먼저 시장획정과 시장 지배정 지위 사업자를 판단할 때 지나치게 엄밀성을 요구 하기보다는 행위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조언이다. 경쟁관계에 대한 파악이 끝나야 경쟁제한성 평가 단계로 넘어가는 경직적인 방식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여러 이질적인 유형들이 자사우대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행위 유형을 기술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현행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이 포괄적으로 기술하는 자사우대 행위를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들을 바탕으로 구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해외 사례처럼 대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혁신 활동이나 건전한 경쟁이 위축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민정 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사전 지정을)도입해야 한다면 모든 자사우대 행위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효율성 효과가 제한적이고 집행이 더 어려운 유형에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