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AI사용 막는 '망분리' 완화..."글로벌 스탠다드 따라가자"

입력 2024-08-13 14:00
김병환 금융위원장 "어렵게 추진한 정책"
"금융사들, 보안사고 없도록 힘써달라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망분리 원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혁신 금융상품 연구개발 환경 개선, 보안체계의 선진화 등을 촉진시키겠다고 밝혔다. 금융사가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무신통신망 등 외부망을 분리하도록 하는 망분리 원칙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해외 표준과 뒤떨어진 지역적 규제)'로 꼽혀왔다.

13일 금융위원회는 경기 김포 KB국민은행 통합IT센터에서 금융협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존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금융감독규정은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가 내부 업무 시스템을 외부 인터넷과 분리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2022년 11월부터는 연구 개발 환경에서 한정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연구 개발 환경에서 두 시스템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하고 고객 개인신용정보 등을 어떤 경우에도 활용할 수 없도록 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에 당국은 규제 샌드박스와 법안 개정을 통해 망분리 원칙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IT 환경 변화로 인해 신속하게 도입이 필요한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SaaS)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 특례를 적용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해선 특례 신청 단계에서 보안대책을 제출하도록 하고, 금융감독원·금융보안원이 신청 기업별 보안 점검·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금융상품과 금융서비스 연구 및 개발에 필수적인 개인정보의 외부망 이관 및 활용은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당국은 1단계에선 전자금융감독규정을 개정해 금융사들이 가명정보로 가공한 고객 데이터를 상품 개발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당국은 이후 1단계 샌드박스의 규제완화 사례들이 성과를 누적하며 안전성이 확인되면 2단계 샌드박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2단계 샌드박스에선 금융사가 개인신용정보까지 외부망을 통한 연구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데이터 활용 범위 증가에 따른 개인정보유출, 사생활 침해 등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보안대책도 마련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권에선 이전부터 금융상품의 고도화를 위해선 외부망의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클라우드나 각종 해석 프로그램, 금융권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생성형 AI 등은 모두 외부망 연결이 필요하다"며 "우리 은행권이 미국과 일본, 영국 등 금융 선진국에 비해 IT역량이 10년 이상 뒤떨어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망분리"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망분리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의 효용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망분리 완화가 로드맵대로 시행되면 금융사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예측 모델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특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중금리 대출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금융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번 망분리 개선 로드맵이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금융소비자의 효용 증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어렵게 규제를 개선하는 만큼 금융업권도 보안사고 없이 새로운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