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주택가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여모(30)씨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자 한숨부터 나왔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약 20평(66㎡) 규모에 테이블 예닐곱개를 둔 여씨의 가게는 여름철 전에는 한 달 전기요금이 30만원 남짓이었지만 본격 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57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통상 카페는 무더위를 피해 오는 손님이 많은 여름이 성수기다. 그러나 물가와 인건비에 더해 높은 전기요금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양천구에서 2층짜리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지난달 100만원 이상 전기요금이 나왔다. 비용을 제하고 남는 순이익 400만원에서 4분의 1가량이 사라지는 것이다.
김씨는 어떻게든 수입을 늘리려고 인근 카페보다 영업시간을 두 시간 길게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이번 달은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벌써 걱정"이라며 "카페는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야 손님이 오고, 온도를 조금만 높여도 금방 컴플레인이 들어온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부가세 신고매출액 연 6천만원 이하의 소상공인에게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1년에 최대 20만원 수준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방학을 맞아 카페를 찾는 중고등학생, 대학생도 수익에 큰 보탬은 되지 않는다고 업주들은 말한다. 대부분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가장 저렴한 메뉴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하루 종일 머무는 경우도 있다. 식사 시간 소지품을 자리에 놔둔 채 밥을 먹고 돌아와 다시 앉기도 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4천1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구매한 손님에 대한 카페의 손익분기 시간은 1시간 42분이다. 1명이 1시간 42분 이상 카페에 머물면 업주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얘기다.
테이크아웃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매장은 회전율이 중요한데 손님들이 오래 머물며 휴대전화, 노트북 충전까지 하면 소소하게 늘어나는 전기료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매장은 콘센트를 막아두기도 했지만, 능사는 아니다.
한 카페 사장은 "전기를 못 쓰게 하면 학생들이 오지 않아 매출이 안 나오고, 전기를 쓰게 하면 회전율과 시간 대비 매출이 줄어들어 매출이 안 나온다"며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 카페의 아르바이트생 김모(22)씨는 "한명이 4인 테이블을 쓰며 물건을 벌여놓고 공부하는 일도 잦아 단체 손님들은 매장에 들어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의자가 42개 있는 이 카페 2층에는 손님이 16명에 불과했지만, 1명이 4인 테이블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다.
일부 카페에서는 '3시간 이상 체류 시 추가 주문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뒀지만 지키지 않아도 딱히 쫓아낼 수도 없다.
한 손님은 "이용객들도 이용 시간을 고려해 적절한 금액의 식음료를 주문하는 게 카페와 손님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