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조" 튀르키예·독일, 케밥 논쟁

입력 2024-08-09 20:45


튀르키예와 독일이 '케밥'을 두고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슈피겔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양국 분쟁은 튀르키예 국제되너협회가 되너를 자국 전통 특산품으로 지정해 레시피를 표준화해달라고 유럽연합(EU)에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되너'는 독일에서 케밥을 패스트푸드로 변형한 음식이다.

협회는 16개월령 이상 소의 고기 또는 6개월령 이상 양의 다릿살이나 등살로 되너를 만들어야 한다고 정했다. 닭고기는 가슴살 또는 다릿살만 허용하고 고기 두께와 고기를 써는 칼의 길이, 양념에 절이는 시간까지 규제해달라고 했다.

EU 차원의 규제가 적용되는 이탈리아 모차렐라 치즈처럼 되너를 튀르키예 브랜드로 확인받겠다는 것이다.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EU 전역의 되너 가게에서 정해진 레시피를 따라야 한다.

이에 독일은 강하게 반발했다. 되너만큼은 베를린에서 개발된 메뉴여서 튀르키예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유럽튀르키예되너생산자협회(ATDID)는 튀르키예 출신 이주노동자 카디르 누르만이 1972년 베를린에서 되너를 처음 만들었다고 본다. 이후 이름과 요리법이 바뀌지 않은 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으니 자국이 원조라는 게 독일 주장이다.

독일에서는 튀르키예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송아지·칠면조 고기를 쓸 수 없다고 우려한다. 고기를 아예 빼고 샐러드와 소스·빵만으로 만든 야채 되너도 금지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튀르키예 되너협회의 후리예 외제네르 대변인은 "독일 시장에 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단지 전통과 요리법을 보호하고 되너가 튀르키예에서 왔다는 점을 인정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일 농업부와 숙박·요식업협회(DEHOGA)는 자국 요식업계 피해를 이유로 EU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연합뉴스)